[아론과 훌] 특정 집단 혐오범죄 용납하지 말아야

등록날짜 [ 2014-10-07 16:19:34 ]

어떤 경우에서도 정치적 목적을 위한 테러는 안 돼

상식이 파괴된 극단으로 치닫는 행위는 없어져야 해

 

유럽은 거의 모든 사회적 행동에 대해 관용과 자유를 중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사회가 절대 용납하지 않는 영역은 ‘나치즘’을 표방하는 활동과 혐오범죄를 선동하는 행위이다.

 

세계 제2차 대전 과정에서 600만이 넘는 유태인과 사회적 일탈자 살육을 경험했으므로 다시는 이런 야만성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반성이 역사적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유럽은 대체로 좌에서 우의 이념 분포가 넓고 시민의 정치적 자유도 매우 넓게 인정한다. 하지만 누군가 독재자 히틀러나 무솔리니를 찬양하거나 이들의 이념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여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범죄를 선동하면 법의 처벌을 받는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정치활동이 보장되지만 KKK(흑인에 대한 테러와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비밀결사조직) 같은 활동은 여전히 금지된다. 유럽이나 미국인들 사고에 특정 집단에 대한 테러나 증오를 조장하는 행위는 정치적 자유가 아니라 범죄라는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파시즘이나 테러에 대한 유럽의 불관용 원칙은 일본의 행위와 대조된다. 일본은 과거에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아시아인에게 고통을 주었으면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극우적 준동(蠢動)을 일삼고 걸핏하면 과거 침략전쟁을 정당화한다.

 

최근 일본에는 재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테러와 공격을 자행하려는 백색테러 단체인 ‘재특회’라는 폭력조직까지 존재한다. 재특회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약자로 한국인을 몰아내고자 활동하는 극우 단체다.

 

물론 일본 내 재특회는 소수지만 일본 정부와 사회가 급격히 우경화하자 행동반경을 점차 넓히고 있으며 한류로 대변되는 한국 문화에 극도의 혐오감을 보이며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들은 한식당이 많아 일본 도쿄 내 ‘한류의 거리’라 불리던 신오쿠보 거리에서 한국 가게나 식당 간판을 부수고 소란을 일으키며 장사를 방해하여 많은 한식당이 문을 닫게 했다.

 

한국은 해방 후 극심한 이념대립과 충돌, 6.25 전쟁의 참상을 경험했지만 1970년 이후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민주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극단적인 정치 단체의 존재는 미미한 편이었다. 이념적 대립과 반목은 여전하지만 상대를 향한 테러를 주장하거나 이념을 지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서구처럼 관용의 원칙 덕분이기보다는 극단주의 운동이 한국인 정서에 잘 맞지 않고 정치적 반경의 폭이 좁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일본 우익이나 극단 테러분자처럼 과격한 사상을 표방하는 극우 단체가 생기고 있어 뜻있는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낸다. 최근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원회’를 자처하는 극우단체들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노란 리본’을 철거하려고 한 사건이 단적인 예다.

 

세월호 추모운동에 대한 견해 표현이나 정치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해방 후 백색테러를 자행한 폭력단체의 재건을 표방했다는 점이 우려할 점이다. 서북청년단은 해방 후 이념 간 갈등을 겪으면서 수많은 민간인을 살육하고 백색테러를 자행하면서 과도기에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어떤 경우라도 정치적 목적이나 지배를 위해 폭력이나 테러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사회가 합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행위가 있으며 상식과 양심에 비추어 폭력과 증오를 부추기는 극단적 행동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성경은 설사 악에 대항하더라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을 도모하라고 말한다(롬12:17). 극단주의자들이 설치는 사회는 안 된다.

/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0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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