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문화 능력과 복음 전파

등록날짜 [ 2014-11-24 22:37:52 ]

지난해 미국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를 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를 두고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개인의 습관으로 봐야 한다, 일국 대통령에게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등 말이 많았다.

 

결국에는 예절 문화가 우리와 다르고, 그가 다른 국가 원수를 만났을 때도 격식 없이 악수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여길 수 있는 빌 게이츠 악수 논란은,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느끼는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고유한 생활관습이 낳은 문화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컨대, 의사소통할 때 서양에서는 시선을 줄곧 맞추는 것이 예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빤히 쳐다본다는 인상을 준다고 여겨 이를 일반적인 예법으로 보지 않는다.

 

또 서구에서는 나이나 결혼 여부 같은 사적인 질문을 무례하다고 간주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큰 결례로 여기지 않는다. 시간관념에도 문화적 차이가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계획한 행사를 정한 시간에 정확히 시작하는가 하면,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늦어지더라도 인원이 어느 정도 모여야 행사를 시작한다.

 

이처럼 몇 가지 단적인 사례에서 보듯, 문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해당 지역의 생활환경과 여건에 맞춰 전래한 고유한 생활양식이어서 대체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곤란한 상대적 성격을 지닌다. 다만, 특정 문화에 대해 바람직하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서로 달리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세계화 추세로 국가 간에 교류와 왕래가 잦은 현대에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맞춰 줄 줄 아는 능력, 즉 ‘문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문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교류할 때 오해와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의 악수 논란에서 보듯이, 형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미국식 예의를 우리가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호들갑스럽게 반응할 사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빌 게이츠의 태도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를 미리 이해하고 맞추고자 하는 문화 능력이 없었다고 본다. 특히 국가 원수를 대하는 격식과 예절이 지니는 외교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문화적인 차이로 발생한 일일지라도 껄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맞추어 반응할 때, 소통을 원만히 하고 편안한 관계를 형성한다. 우리 기독교인도 복음 전도, 특히 이방인 대상 구원사역에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문화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인 복음전도가 기본적으로 사람 사이의 원만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전도할 때도 중요시할 점 중 하나가 그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 나라 문화와 관습에 잘 반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동 출신 남자 외국인을 전도하거나 섬겨야 한다면, 남녀 관계가 엄격한 중동 문화의 특성을 고려해 자매보다는 형제가 맡는 편이 좋다. 음식이라든가 인사법도 그들에게 맞추어 주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 점을 고려한다면, 해외에서 발휘할 문화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고린도전서 9장 19~22절에 보면, 복음 전도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문화적 상황도 활용하려는 사도 바울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화란 삶을 위한 디자인이다”라고 어느 선교학자가 얘기했듯이, 사도 바울은 복음화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맞춤 문화로 디자인했다.

 

사도 바울의 예와는 달리, 문화가 하나님의 복음 전파라는 순전한 통로로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복음의 진리를 훼손할 경우에는 맹목적으로 상대의 문화와 인습을 이해하거나 맞추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예를 들면, 아이티의 부두교는 그들 삶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우상숭배요 미신 풍습이므로, 이는 문화 능력을 발휘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타파하고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복음의 권위는 인간 문화를 초월하고 그 흥망성쇠를 주관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심명

국회사무처 재직

제2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1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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