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 정권, 3대째 이어진 피의 숙청

등록날짜 [ 2015-07-14 22:36:35 ]

북한 권력 엘리트 누구라도 숙청 대상이 될 수 있어

공포 정치 이어질 경우 이에 대한 반발도 배제 못해

 

 

김정은 집권 이후 리영호 전 총참모장과,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이 숙청됐고, 지난해 11월에는 국방위 마원춘 설계국장, 올 1월에는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2월에는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4월 30일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불경과 불충죄로 처형되었다. 국가정보원은 4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에만 15명을 처형했다고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2일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회견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3년 반 동안 간부 90여 명이 처형됐다고 밝혔다. 최근 김정은 주변에는 최룡해와 김원홍, 황병서 등 일부만 남았을 뿐 아니라 최룡해조차도 숙청 직전까지 몰렸다가 겨우 살아남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 사이에는 누구라도 숙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해 있다고 한다. 특히 김정은은 즉흥적이고 강압적으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총신이 4개 달린 대공기관포인 ‘고사총’으로 시신을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처형해 공포를 극대화하고 있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방식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 핵심 실세들은 물론 자신이 기용한 측근들까지 숙청하면서 극단적인 공포정치로 권력을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의 한 고위간부는 김정은의 측근들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처형이 계속돼 생명의 위협을 느껴 탈출했다고 털어놓았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확인했다. 김정은의 자금을 담당하는 39호실 중견 간부,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간부들까지 탈북 망명설이 떠돌고 있다.

 

독재체제나 전체주의에서 권력 교체기의 피의 숙청은 필연적인 것이다. 김일성은 정권 수립 과정에서 갑산파와 연안파, 소련파, 남로당 계열의 국내파, 그리고 자신의 정적 제거에 앞장섰던 빨치산파까지 숙청하여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했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한 직후인 1995년 ‘6군단 사건’과 1997년 ‘심화조’ 사건을 통해 당과 군 간부 수천 명을 숙청했다. 6군단 사건은 함경북도 청진에 있던 6군단에서 군단 정치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 모의가 사전에 발각돼 장성 등 40여 명이 처형된 것으로 6군단은 해체됐다.

 

심화조 사건은 1995년 시작된 고난의 행군 기간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김정일이 서관희 당 중앙위 농업담담 비서를 희생양 삼아 6년간에 걸쳐 2만 5000명을 처형한 사건이다. 당시 김정일은 장성택을 시켜 다루기 힘든 김일성 시대 간부들을 대규모로 숙청했다. 김정은 역시 3대째 피의 숙청작업을 벌여 정권 도전세력이나 잠재적인 적대세력을 제거하고 있다.

 

김정은 공포정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는 과정이라는 평가와 불안정성 심화로 인한 급변사태 가능성이 맞서고 있다. 현재 김정은은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통제를 가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 단속도 강화해 국경을 넘는 탈북자 수는 현저히 감소했다. 여기에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생계에 급급한 현실이 더해져 단기적으로는 주민이나 간부들의 체제 불만이 시민의식으로 표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핵심 측근들까지 제거하면서 권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당장 체제 안정을 해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 확산과 외부사조 유입으로 북한 체제 불안정성과 모순이 심화되고 있고 이에 따른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체제 불안요인으로 잠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불안정성 심화와 숙청 공포에 대한 반발로 김정은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나타나면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4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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