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나르시시즘과 리더십
리더는 독선과 자기애를 버리고 겸손을 배워야

등록날짜 [ 2015-11-10 16:33:32 ]

정신분석학 용어인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자신을 애정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상화하는 심리를 말한다.

 

나르시시즘은 원래 병적인 자기애를 뜻하지만 인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야망과 자존감의 원천이고 자신을 발전하게 할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나르시시즘이 있고 지위가 높거나 지도자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도리어 해가 된다는 말처럼 나르시시즘이 심하면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보고, 편견이나 아집을 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병적으로 굳어진 자기애는 세상만사를 자신을 중심으로 왜곡해 바라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끌려는 성격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분명 병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나르시시즘을 잘 다스리면 긍정적 시너지를 낳는다. 그래서 나르시시즘과 리더십의 관계도 오늘날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원래 리더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한 권력욕을 갖고 있으므로 큰 목표에 매달리는 일이 많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의지가 보통 사람보다 더 강한 편이다. 강한 나르시시즘 성향 덕분에 리더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멀리, 더 높게 보고, 큰 난관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으며 성과를 내는 일이 많다. 하지만 자기애가 너무 강하면 자칫 부풀려진 자아 때문에 자신의 단점과 잘못을 못 보거나, 실수를 하고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리더가 실수하거나 과업을 망치는 많은 경우는 대체로 지나친 자기 과신과 독선 때문이다.

 

솔로몬 사후에 후계자가 된 르호보암은 백성의 종이 되기를 자처하라는 원로들의 현명한 충고를 무시하고, 자기가 부친 솔로몬보다 더 강하다는 자존심만 고집하다가 이스라엘 10지파 백성에게 버림을 받았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도 예수를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은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하고 도망쳤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다. 임진왜란 때 한양을 버리고 의주까지 도망친 선조는 나중에 이순신 같은 장수들이 큰 전공을 세워 백성에게 칭송을 받자 이를 시기하며 못마땅해했고, 실제 역모로 몰아 죽인 의병장도 많다. 자신이 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탁월한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삼성을 이끌었지만, 주변의 만류와 충고에도 자동차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고 후퇴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지위가 낮거나 영향력이 작은 사람의 나르시시즘이야 주변 몇 사람에게만 해를 끼치지만, 중요한 리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고 자만심과 확신만 내세우면 르호보암처럼 나라가 분단되는 큰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많은 지도자가 맹신과 강한 나르시시즘적 성향에 빠져 주변과 소통하기보다는 고집불통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많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자기 이상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종종 지도자의 고집을 소신처럼 과장하지만 그것은 자신과 상황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있느냐, 또 사심이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학자가 카리스마나 능력 있는 리더십보다는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성경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10:44)는 말로 섬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섬김과 배려야말로 모든 사람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의 중요한 기술이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5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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