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사랑하는 이의 희생 덕분에 사는 제2의 삶

등록날짜 [ 2016-02-20 22:18:35 ]

복음은 예수께서 우리 대신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그가 남긴 생명의 말씀을 반드시 실천하며 살아가야 해

 

할리우드 스타 감독 제임스 카메룬이 만든 영화 <타이타닉>1912년 벌어진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의 침몰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다. 재난을 소재로 삼았지만 세계적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즐럿이 주연한 애절하고 낭만적인 러브스토리로 기억되는 영화이며, 영화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 and on’(나의 마음은 늘 그대로일 겁니다)은 널리 알려진 영화 주제곡이기도 하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여러 모습,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엔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꽤 많다. 아마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는 남자주인공 잭이 연인에게 마지막 말을 남긴 후 차가운 검은 물속으로 영원히 사라지는 장면일 것이다. 잭은 한 사람 간신히 지탱할 수 있는 널빤지에 연인 로즈를 올려놓고 춥다고 떠는 그녀를 격려하며 반드시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한다.

 

영화를 보면 몰락한 귀족가문의 딸인 로즈는 정략결혼의 제물이 되어 권위적인 재벌 약혼자와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중이었고, 잭은 도박으로 타이타닉 3등실 티켓을 얻은 가난한 화가였다. 절망 속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로즈는 잭을 만나 목숨을 건지며 진정한 사랑과 삶의 재미에 눈을 뜨지만 타이타닉의 침몰이 모든 것을 절망 속에 빠뜨린다.

 

하지만 잭은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로즈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잭을 만나며 로즈는 살아야 할 이유와 삶의 의미를 되찾지만 이들의 사랑을 비극적 죽음이 갈라놓으려 한다.

 

마지막 순간 구명조끼를 입은 채 찬 바다에서 표류하면서 다른 이들과 구조를 기다리지만 대부분 저체온증과 굶주림으로 죽는다. 영화의 주인공 잭도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자 지금 봐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사랑의 유언을 슬프면서도 행복한 표정으로 남긴다.

 

로즈 당신을 만난 게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야.사람들이 구하러 올 거야. 잘 들어. 당신도 언젠가는 죽겠지만 이 바다는 아냐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당신은 살아야 해. 살아서 애들도 낳고 훌륭하게 키워야지, 그리곤 나이 들어 편안히 죽어야 해약속하고, 절대 저버리면 안 돼.”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고 자신도 죽을 것 같았지만 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다 구조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잭의 유언대로 결혼해 자식을 낳고 곱게 늙어 간 로즈가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잭은 죽었지만 로즈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남아 있고, 그와의 약속은 로즈의 남은 인생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다.

 

영화처럼 누군가 나를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다 결국 대신 죽으며 남은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긴다면 어떤 기분일까? 기독교가 말하는 구속이 이런 사랑이다.

 

2000년 전 벌어진 일반적이고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연인과의 운명적 만남이자 내 생명 하나를 구하기 위해 그가 죽었고, 그가 남긴 마지막 당부를 잊지 못해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복음의 본질이다. 의욕과 희망을 전혀 갖지 못하던 로즈가 사랑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고, 연인과의 약속 때문에 행복하려고 하듯 예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새 삶을 사는 것이 신자의 운명이다.

 

신자와 불신자의 차이는 복음을 지식으로 아느냐, 로즈처럼 자기 마음에 살아 있는 당부로 아느냐에 있다. 결국 복음은 위대한 사랑이고, 연인의 몫까지 대신 살겠다는 약속의 실천이다.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3:16).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7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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