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익숙한 위험을 방관하면 재앙이 된다

등록날짜 [ 2016-06-28 13:40:24 ]

66년 전 6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은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남북 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했다. 3년간 벌인 전쟁은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다. 수백만 명이 생명을 잃었고, 현재까지 휴전 상태에 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오늘날 우리 국민에게서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다. 휴전 상태가 익숙해져서일까. 6.25사변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서 전쟁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무장해제된 것은 아닐까.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1998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저서 , , 의 작가다. 그는 신작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지 50년뿐이다에서 위험을 평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가 새를 관찰하려고 뉴기니 산악지대 숲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지낼 때 일이다. 높은 산에 도착한 일행은 일주일을 보낼 만한 캠프장을 찾았다. 재레드가 굵은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자 현지인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천막 치기를 거부했다. 그 나무 아래서 잠을 자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100m쯤 떨어진 공터에서 자겠다고 말했다. 재레드가 그 나무 아래에서 잠자고 싶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들은 죽은 나무잖아요. 우리를 덮쳐 죽일 수 있다고요라고 말했다.

 

재레드는 나무를 꼼꼼히 뜯어보았다. 죽은 나무라는 지적에 동의했지만, 재레드는 홀로 그 나무 밑에서 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 재레드는 뉴기니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뉴기니 숲에서 밤을 보낼 때마다 숲 어딘가에서 죽은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고 현지인들의 선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재레드는 이런 계산을 해 보았다. 가령 죽은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는 나쁜 습관이 몸에 뱄다고 하자. 죽은 나무 아래에서 잠을 청한 특정한 날에 그 죽은 나무가 쓰러질 가능성이 1000분의 1이라고 할 때, 매일 밤 죽은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잔다면 어떻게 될까? 3년이 지나면, 3×365이므로 죽은 나무 아래에서 1095번 밤을 보낸 셈이다.

 

매일 밤, 나무가 쓰러질 가능성이 1000분의 1이므로 3년 후에는 싸늘한 시체로 변할 수 있다. 생활방식 때문에 숲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잦은 뉴기니 사람들이 죽은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지 않는 이유였다. 뉴기니 사람들은 부주의한 사람에게 닥친 운명을 통해, 죽은 나무 아래에서는 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재레드 교수는 한 번 행할 때는 위험 수준이 무척 낮지만, 그 행동을 반복하면 위험의 우려가 누적되므로 결국에는 그 행위로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는가?”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을 때, 재레드 교수의 경고가 우리의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익숙한 위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에 관해 재레드 교수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아프리카 남부의 !쿵족(느낌표는 앞니 뒤에 혀를 대며 강하게 발음한다는 뜻)이라는 부족과 사자(獅子)의 관계다. !쿵족은 사자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려고 자신들의 행동을 크게 바꿨다. 먼저 사자와 맞닥뜨리지 않으려고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는다. 낮에도 혼자 다니지 않고 무리 지어 다닌다. 또 끊임없이 떠들고 목청을 높여 이야기를 나눈다. 사자가 경계심을 갖고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덕분에 부족의 사망자 1000명 중 사자에게 공격받아 죽는 이는 5명에 불과하다.

 

위험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그 위험으로 말미암은 사망이 거의 없는 경우다. 재레드 교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우리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거나 받아들이는 위험은 과소평가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에 대한 위험을 과소평가할 때 우리에게 닥칠 현실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지난 623,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이 83도 고각으로 우주까지 갔다가 예상 해역에 낙하했다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을 직접 위협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접경한 대한민국은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방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국내 배치도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쿵족이 사자를 피하는 생활 습관을 익혀 목숨을 잃지 않았듯이, 우리도 북한의 핵무기 위험을 벗어날 방도에 대해서는 위정자들과 전 국민이 하나 되어 강력히 대비해야 6.25와 같은 재앙이 다시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한영 안수집사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48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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