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한다

등록날짜 [ 2016-10-11 14:55:51 ]

미 대선 운동을 보면서 기독교인들은 언행에 더 조심해야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월 26일 1차 TV토론은 전 세계 8400만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가 국제 정세와 각국 외교 정책에 중요하기도 하지만, 열기가 고조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기존 대통령 후보와 너무나 격 (格)이 다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흥미와 우려 때문일 것이다. 애초 사람들은 정통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도 거부감이 많은 트럼프보다 힐러리가 절대 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선거 유세가 본격화되면서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상대에게 막말과 야비한 공격을 쏟아내기로 유명하다. 이번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는 트럼프의 여성에 대한 막말 부분을 물고 늘어져 상당한 재미를 봤다.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미군이 돈 잘 버는 한국을 돕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발언해 한 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한 푼도 안 낸다고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또 멕시코 이민자를 성 범죄자로 단죄하고, 여성을 개·돼지로 부르거나 외모를 들어 모욕적인 성적 폄하를 하기도 했다.

상식적 사회라면 이렇게 막말을 쏟아내고, 정치를 코미디처럼 만드는 트럼프 같은 사람의 대선 도전은 해프닝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전통을 자랑하는 공화당의 정식 후보이고 지지율도 만만치 않다. 정치인은 선거와 유명세에 목숨을 걸기에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자기편을 열광시키려고 의도적으로 막말하거나 선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트럼프처럼 거침없이 막말 퍼레이드를 벌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흥미를 끈 자극적인 발언들이 나중에 자기 목을 조이기 때문이다.

선거로 심판을 받겠지만 트럼프처럼 선거 승리를 위해, 그리고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막말과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용납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도 수준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막말을 퍼붓거나 상대에게 비열하고 자극적인 공격을 가하는 사람 들이 적지 않다. 올 초 한 시민단체가 19대 국회의원 활동에 대한 신문, 방송 기사를 분석한 결과, 의원 73명이 122건의 막말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고 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고 정파적 이익이 중요하다고 사회적 관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 주지 못하고 상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막말을 이해해 주긴 어렵다.

막말은 기업인, 공직자, 교육자 같은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볼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다. 국립국어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이 사용하는 일상적 언어 80% 이상이 욕설, 비속어, 조롱을 포함한다고 한다. 심지어 가정, 학교, 직장, 군대에서도 언어폭력 때문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또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 때문에 대인 기피증에 걸리거나 자살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정도라면 가히 ‘막말 사회’다.

언어폭력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심하고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남기거나 영혼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것이 지속해서 기억에 남아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존재에 대한 집착과 자존감이 있다. 폭언이나 막말은 이 민감 한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에 그 폐해가 심각하다. 성경은 “형제를 대하여 라가(바보, 머저리) 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고 말하며 막말을 엄중한 죄로 단죄한다(마5:22).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고귀한 피조물이다. 함부로 막말을 일삼는 것은 자기 영혼을 더럽히는 일일 뿐 아니라 상대를 파탄시키는 용서 못할 범죄다. 트럼프의 막말 파동을 우리 기독교인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9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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