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거짓말로 연명해 온 북한 세습 독재

등록날짜 [ 2017-06-27 15:09:33 ]

전쟁의 원인 “미제와 남조선의 북침” 아직도 진실을 호도하는 북한 정부

70년 가까이 계속된 거짓말에 속지 말고 진정성 보일 때까지 지켜봐야

오늘은 6·25 사변 67주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은 6·25 사변을 이른바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미제’와 ‘남조선’이 ‘북조선’을 침략해 오자 이에 맞서 김일성이 해방전쟁을 시작했고 북한을 구해 냈다는 것이다. 정전협정이 맺어진 7월 27일을 북한은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이라며 국가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전쟁의 원인과 책임이 미국과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북침설 혹은 남침유도설은 한때 우리 내부에서도 믿는 이들이 있었다. 미국 시카고대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수정주의적 학설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하지만 소련 극비 문서가 공개돼 6·25 사변이 김일성과 스탈린 모택동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이 부인할 수 없이 확인되고 수정주의 학설을 반박하는 국내 학자들의 연구물들이 나오면서 남침유도설이나 북침설은 폐기됐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도 나중에 자신의 학설을 수정했다.

중국도 북한이 남한을 침공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해 이를 드러내 놓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중국의 접경도시 단둥에 가면 항미원조(抗美援朝)기념관이 있다. 중국은 6·25 사변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에서 항미원조전쟁이라 부른다. 이 항미원조기념관 입구의 6·25 사변 개괄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다고만 쓰여 있다. 중국도 과거에는 북한과 같이 한국과 미국의 북침설을 주장하다 슬그머니 이를 바꾼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거짓말을 수십 년째 북한 주민들에게 신앙처럼 가르치고 있다. 오래전 김일성대학 출신의 탈북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도 북한에 있을 때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침공했다고 철석같이 믿었으며 이를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야 진실을 알게 됐고 김일성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했다.

김일성이 나라를 구했다는 주장은 또 한 가지가 있다.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으로 일제로부터 나라를 구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북한 주민들은 한 치도 의심 없이 믿고 있다. 70년 가까이 어려서부터 김일성이 일제와 미제, 남조선 괴뢰로부터 나라를 구했다고 세뇌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은 나라를 두 번이나 구한 불세출의 영웅으로 지금도 남한과 미국, 일본에 맞서 북한을 지켜 주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지난해 8월 탈북한 태영호 전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단독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태 공사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말 그대로 신이라고 했다.

김정은까지 3대에 걸쳐 내려오는 북한의 세습 독재 정권은 이런 거짓 이데올로기에 존재 기반을 두고 있다. 거짓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면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한 끊임없는 적대감과 미움, 증오와 대결의 확대 재생산이 필요하다. 6·25 사변 이후 북한은 울진 삼척 무장 공비 침투, 푸에블로호 납치, KAL기 납북, 판문점 도끼 만행, KAL기 폭파, 아웅산 폭탄 테러,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테러, 한국인 납치 살해 등 수만 건의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이제는 핵미사일로 한·미·일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한·미·일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며 북한이 오늘날 어렵게 사는 것은 한·미·일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압살 정책 결과라 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고 독려한다. 한·미·일과의 진정한 관계개선이나 개혁개방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지난 1994년 미국과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타결하면서 수교의 전 단계로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연락사무소를 통해 관계개선을 점차 이뤄 가고 대사급 외교 관계로 발전시킨 뒤 미·북 수교까지 가려는 조치였다. 이때 합의가 지켜졌더라면 북한은 쿠바보다 먼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뤘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은 합의 이행을 고의로 늦추며 결국은 이를 무산시켰다. 대외관계가 개선되면 독재정권 유지에 필요한 위기상황을 조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엔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는, 북한 거짓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이 북한을 적으로 몰아 제재하고 봉쇄하기 때문에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군사훈련이 남북한 군사적 대결 국면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도발을 멈추면 한반도 평화는 저절로 찾아온다. 나치 치하에서 히틀러의 입으로 불렸던 선동가 괴벨스는 거짓말도 백 번 하면 진실이 된다고 했다. 북한의 거짓말은 70년 가까이 집요하고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이를 노리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거짓은 진리 앞에서 꼭 드러나고야 만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3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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