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언제까지 돈의 노예로 살 것인가

등록날짜 [ 2017-11-06 17:31:39 ]

돈 모으려고 전전긍긍하며
현재의 가치 있는 삶을 모두 포기해 버린 사람이 바로 ‘돈의 노예’
돈은 수단일 뿐 궁극적 목적 아냐
가치 있게 쓸 때만 행복할 수 있어


전에 라디오에서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예전에 시골에 가면 수확한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을 골방에 쌓아 두고 겨우내 먹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주인은 좋은 수확물을 남겨 두고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먼저 먹는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싱싱한 것도 변질돼 결국 겨우내 작황 상태가 나쁜 것만 먹는다. 처음부터 좋은 것만 골라 먹었으면 최고의 맛을 봤을 텐데 내일 먹으려고 아끼다가 결국 찌꺼기 처리만 하고 산다.

좋은 것을 아끼다가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경험을 누구나 해 봤을 터다.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 나는 선물이건 먹을 것이건 좋은 것이 생기면 의식적으로 먼저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돈은 우리를 미래의 노예로 만드는 대표적 물건이다. 예전에 음식업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어느 여사장님의 성공담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교육장에서 인생 성공담을 듣는 자리였다. 이분은 환갑이 훨씬 넘었지만 늘 새벽같이 시장에 가 본인이 재료를 고르고, 기본 양념과 국물도 직접 만든다. 음식점이 아주 커졌지만 주방 모든 일을 본인이 관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다른 사람은 그런 맛을 낼 수도 없거니와 정성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돈은 모았지만 자신은 그 돈을 전혀 쓰지 못하고 평생 일만 하며 산다. 음식업으로 크게 성공해 이름을 날리고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했지만, 나는 그분이 불쌍하게 보였다. 이분이 사는 방식은 처음 음식점을 시작했던 가난한 3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사생활도 여가도 없고 결국 자식들 좋은 일(?)만 하고 언젠가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필자가 전해 들은 어떤 분도 남편 월급이 많지 않지만 젊은 시절부터 악착같이 모아 부동산을 사서 파는 방식으로 돈을 불렸다. 결국 현재는 집을 몇 채 소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자식들에게까지 한 채씩 물려주었다. 그러나 본인은 좋은 옷 한 벌 사 입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몸이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않는다. 남에게 인색한 것은 물론이다. 처음 보면 너무 남루해 아주 가난해 보인다. 그분은 외국에 자주 나가는 친구를 몹시 부러워했지만, 돈도 많은데 여행도 다니시라고 하니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이 정도면 왜 돈을 벌고 모으는지 알 수 없다. 돈은 수단이고 행복을 위해서는 돈을 지혜롭게 쓰는 게 중요한데, 나중에는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 버린다. 길지 않은 인생에 보람 있게 돈을 쓰지 못하고 모으기만 하다가 결국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남기고 떠날 것이다.

미래는 생각하는 인간이 지닌 특권이다. 현재가 어려워도 미래의 희망이 확실하면 지금의 고통은 위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돈 같은 것을 위해 현재를 포기한다면, 겨우내 상한 작물만 먹는 농부나 주방에서 평생 일만 하는 음식점 사장처럼 미래의 노예가 된다. 또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서 걱정하느라 현재의 삶을 망친다면 그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순간이 축복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자세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라는 경구를 남겼다. 성경도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마6:34)라며 현재에 만족할 것을 권한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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