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김정은 서울 온다면 뭘 논의하고 어떤 결과 낼 것인가

등록날짜 [ 2018-12-13 23:12:00 ]

청와대에서 김정은의 남한 방문 여부 결정이 임박한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종 결정은 하루 이틀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 김정은의 답방 여부와 시기에 대한 윤곽이 이번 주말 안에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니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는 김정은 답방 여부가 이미 결정됐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 답방 여부는 전적으로 김정은의 결단에 달려 있으며 주말을 넘기면 연내 답방은 사실상 무산되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청와대는 북에서 올 소식만 목이 마르도록 학수고대하고 있다. 


김정은이 온다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게 된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우리 측 지역으로 왔지만 유엔사 관할 지역이라 이를 실제 남한 방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정은의 남한 방문이 9월 평양 공동선언의 합의사항으로 가장 폭발력 있는 이벤트이면서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역시 경호다. 김정은의 참모들은 모두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반대했다고 정부 고위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의 숙소로 서울 외곽의 워커힐 호텔까지 거론되고 있고, 그 이유는 외부와 차단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김정은이 서울에 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벼르는 사람도 많다. 벌써 여기저기서 김정은 방문 반대 집회나 시위를 계획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돌이나 달걀, 화염병을 던질 수도 있고 실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절대 권력자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남북관계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또 남한이 북한처럼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는 사회가 아니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처럼 수십만이 동원된 환영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김정은의 남한 방문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지만 그냥 왔다 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김정은이 오면 무엇을 논의하고 어떤 결과를 낼 것인가? 불발됐지만, 과거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추진할 때 과거사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이 과거에 일본과 수교협상을 벌일 때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끈질기게 요구한 바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진정한 남북 화해와 평화를 원한다면 6·25 전쟁과 대남 도발과 테러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 김정은의 답방이 불가능해 현 정부가 제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김정은에게 북한 비핵화 약속을 기대할 수도 없다. 미·북 정상회담이 아직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남한을 방문하는 것이 미·북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김정은으로서도 따져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어느 때보다도 내·외부적으로 체제 위협이 심각한 상황에서 평양을 비우고 남한을 방문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중국 방문 때처럼 극비리에 전격적으로 방문하겠지만 적대감이 큰 남한 방문은 중국 방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이 클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도 남한 방문에 따르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도 저도 어렵다면 답방 대가로 문재인 정부가 크나큰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안도 생각할 수 있다. 과거 김대중-김정일의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정부는 회담 대가로 수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입금이 늦어져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일을 하루 늦췄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왔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남한 방문이라면 최소한 이보다 더 큰 보상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때에 김정은이 천문학적인 달러가 들어온다면 남한 방문을 결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궁여지책으로 김정은을 오게 해 우리의 발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함으로써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절감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정은이 부담 갖지 않도록 비핵화 문제를 연결하지 말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학습하는 기회로 삼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일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열려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도 거꾸로 매체를 동원해 위기감과 함께 사상 교양과 외세비판을 강화하며 체제 단속에 공을 들였다. 번영하는 남한은 김정은에게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문재인과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강행되는 김정은 답방은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김정은의 답방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한, 혹은 대북 제재 해제와 북한 체제를 홍보하는 행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으로 내려온다면 그에 걸맞은 실질적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위 글은 교회신문 <603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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