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남북한, 함께 망하는 길로 가나?

등록날짜 [ 2019-05-02 15:30:04 ]

말만 무성 노딜로 끝난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에게 줄 선물보따리 별로 없고
미국은 대북 전방위적 압박에 더욱 고삐
이란 원유 봉쇄는 한국경제에도 큰 타격


김정은과 푸틴, 예상대로 특별할 것 없는 만남이었다. 김정은이 ‘하노이 노딜’의 충격을 완화해 보려 했지만 블라디보스토크도 노딜이었다. 이 역시 문재인-트럼프의 워싱턴 노딜과 판박이다. 애초부터 푸틴은 김정은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강력한 서방 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이미 최악이다. 기름 팔아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섣불리 김정은을 편들어 주다가 미국으로부터 더 강력한 제재를 맞을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한술 더 떠 지중해에서 항모 전단을 전개하며 푸틴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까지 날렸다. 이런 걸 김정은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중국 가는 푸틴을 붙잡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것은 그만큼 다급하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회담 전에 일본 아사히 신문은 북한이 러시아에 밀가루 10만 톤을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5만 톤만 주겠다고 한 것으로 보도했다. 구걸도 이런 구걸이 없다. 김정은의 최대 돈줄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 파견 북한 벌목공에 대한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올해 말까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정은으로서는 많게는 1억 달러 정도를 벌어들이는 시베리아 벌목공들을 푸틴이 계속 일하게 해 주면 좋겠지만 푸틴이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서 유엔 제재를 위반할 수 있을까?

하노이에 이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빈손으로 돌아간 김정은의 앞날은 칠흑 같다. 공해상에서 기름이나 석탄 불법 환적도 못 하게 됐고, 중국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겁을 먹고 미국과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북중 국경 무역이나 밀수도 거의 끊겨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을 도와 대북제재를 풀어 보겠다며 미국과 중앙아시아 3개국을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역시 성과가 없다. 어느 나라든 미국과 맞서다가는 정권이 위태롭고 경제가 망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미 앞서서 문재인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역할 그만두라며 공개적으로 면박까지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또 김정은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바로 이란산(産) 원유 수입 금지조치다. 이란 역시 비핵화 하겠다고 서방국가들과 약속한 뒤 몰래 핵을 개발하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들켰다. 약속을 어긴 이란에 대해 트럼프는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를 내렸다. 다만 8개 나라에는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주었지만 다음 달 3일부터는 이 예외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란은 중동 최대의 북한 무기 고객인데, 이란으로부터 돈줄도 끊기는 것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에 지어 놓은 미사일 공장을 폭격했는데 여기서 북한 기술자가 죽었다. 이스라엘도 중동에서 북한의 돈줄을 끊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말려 죽이기 위해 취한 조치가 북한까지 말려 죽이는 부수적 효과를 내는 것이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이 심상치 않다. 지금 한반도 주변 해상은 북한의 불법 환적을 적발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호주,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 해군 전력이 집결해 있다. 일본은 작전 참여는 물론이고 기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해상봉쇄로 북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데, 이 나라들 해군 전력이 막강해서 언제든 대북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월 24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경로를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에 군사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협상 실패 시 경로 변경이 무얼 의미하겠는가? 하지만 한국은 여기에서 한 발 빼고 소극적 형식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를 계속 받는 중이다. 만약 은행 한 곳이라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맞으면 경제는 수습이 어려울 지경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더구나 다음 달 3일부터는 이란산 초경질유를 들여올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석 달 전부터 이를 경고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로지 대북제재 해제에만 골몰해 왔다. 그리스와 대만, 이탈리아는 다른 수입선을 확보해 지난 22일부터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다. 당장 6일 후부터가 걱정이다. 최악의 경제 상황에 이란산 원유마저 못 들여온다면 경제는 추락할 것이다. 남북한이 마치 누가 먼저 망하나 경쟁하는 듯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622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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