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한일 경제전쟁…동맹 복원이 해답이다

등록날짜 [ 2019-07-18 13:26:33 ]

한일관계에 부침은 많았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 3가지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에칭가스 등 일본산 소재는 품목에 따라 재고량이 1~2주에서 넉 달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사태가 장기화돼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절체절명의 위기지만 우리에겐 뾰족한 수가 없다. 일본산 소재가 워낙 대체 불가한 고품질인 데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품목에 따라서는 최대 90%나 돼 다른 공급처를 찾기가 어렵다. 당장 1~2주 버티기도 어려운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국산화도 지금은 답이 아니다. 더구나 이것이 시작이라고 하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일본은 우리 산업을 공격할 무기를 100개나 준비해 놓았다고 하니 이제 겨우 하나가 시작된 셈이다. 청와대가 다급하게 30대 기업 총수들을을 불러 대책회의를 하고 비상체제를 가동한다고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다. 대단히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에 일본통이라는 이낙연 총리는 방글라데시로, 또 일본을 가만두지 않겠다던 강경화 외무장관은 아프리카 순방을 떠났다. 우왕좌왕이다. 그렇잖아도 영업이익 하락으로 위기 상황인 삼성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감산까지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민간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도 피해를 입겠지만 우리 피해가 더 크다.
사태는 이 지경으로까지 악화되지 않을 수 있었다. 당초 일본이 의혹을 제기한 수출 규제 품목 3가지의 최종 사용처를 우리 정부가 증명했으면 여기까지 안 올 수 있었다. 이 품목들은 전략물자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생산과 수출, 사용 등에서 철저히 관리되는 품목이다. 대표적으로 에칭가스는 핵무기와 사린가스 제조에도 쓰이는 핵심 소재다. 이 분야 전문가는 2016년까지 수입량은 2만3000톤~2만 5000톤이었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갑자기 3만 2000톤으로 급증했고 지난 해엔 3만 8000톤이나 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 에칭가스 일부가 사용처가 모호한 데다 제3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측 주장이 터무니없다면 이에 대해 정부가 삼성과 하이닉스 등에 요구해 사용처와 재고 서류 등을 제출받아 증명하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증거를 대라며 일본 측 주장이 근거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사용처는 공급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또 다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반일(反日) 정책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면전에서 대놓고 일본은 동맹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또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전범기업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과 12월 일본 해상 초계기에 대한 레이저 발사 논란 이후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일제시대에 우리에게 입힌 해악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도 사과도 하지 않기 때문에 반일(反日)하는 것이라면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몇 배나 더 강하게 반중(反中)과 반북(反北) 정책을 취하는 게 마땅하다. 고려시대 ‘공녀’, 조선시대 ‘환향녀’ 등 역사적 사례에서 보듯 우리 부녀자 수십만 명을 끌고 가 성노리개로 삼고, 6.25 전쟁에 개입해 한반도 통일을 막은 중국의 해악, 그리고 6.25 전쟁의 전범 가문이자 수많은 도발로 남한을 공격해 온 김씨 일가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왜 그토록 관대한지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중재가 절실하지만 미국은 말이 없다. 동맹국끼리 무역 전쟁이 벌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말이 없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10일 밤 에티오피아에서 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화를 했지만 이해를 표명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한·미·일 세 나라의 동맹이 중요하다는, 역시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 일본의 무역 보복에 미국이 침묵하는 것은 일본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동안 줄기차게 반미(反美) 행보를 걸어온 청와대가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니 다급하긴 다급한 모양이다.


미국의 침묵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다. 친중친북(親中親北)적 정책을 버리고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돌아오라는 의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정책기조를 바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에서는 의병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국민을 반일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위기다. 지난 1분기에는 충격적인 마이너스 0.3% 성장을 기록했다.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 일본도 피해가 커지겠지만 우리는 거의 망할 수도 있다. 국수적 민족주의나 감정이 아닌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파국을 면해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633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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