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코로나,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등록날짜 [ 2020-06-20 11:19:54 ]

“어차피 좋은 동네 집 가지기는 이생에는 글렀어.” 주택가격이 일반인의 소득에 비해 너무 올라서 우리 사회에 유행어처럼 번진 말이다. ‘유행어’는 겉보기엔 농담 같아도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사상(ideology)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사회적 담론(discourse)’이다. 유행어 속에는 (1) 가진 자에 대한 비교와 분노 (2) 못 가진 자신에 대한 열등감 (3) 미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여 즐기고 보겠다는 의식이 들어 있다.


이런 담론이 사회를 지배한다면 상류층이나 역사에 원망과 분노를 발산하고 분배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며 이에 반하는 의견의 다양성은 배신으로 낙인찍는 방식의 정치 공학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는 소위 ‘꼰대’들이나 주장하는 공자님 말씀이다. 이미 실질적인 나랏빚이 2000조 원대가 넘는데 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젊은 층으로 갈수록 인구 구조는 줄어드는 악성 고령화 사회에서 필자도 내 자식이 이 빚더미를 어떻게 감당하며 이 나라에서 살아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그러나 이미 헌정사상 초유로 전 국민이 무차별 현금 살포의 맛을 경험했고 그것이 지지율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위정자들이 누려 본 만큼,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가 연일 쏟아 내는 대책은 세금으로 대학등록금 반환, 연간 200조 원 이상 살포될 전 국민 기본소득제도,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등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어도 이미 대기업의 대규모 공채는 끊겼고, 대기업은 채용 비리부터 공정거래, 세무조사 등 모든 종류의 표적 집단이 되어 달팽이만큼도 움직이지 못할 상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에 진출하려는 젊은 세대일 것이다. IMF 외환위기 전후 태어나 중고등학생 시절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겪고, 그래도 고등교육까지 마치고 이제 직장생활을 하려다 보니 취업 절벽 사회고 코로나 사태까지 터졌다.


진보와 보수, 표방하는 정치적 색채와 정책의 결과가 반대인 경우는 어느 나라, 어느 역사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우리로 치면 아파트에 해당하는 미국 멀티 패밀리(multi family) 사업에 늘 성공적으로 투자해 온 매니저들에겐 원칙이 있다. “민주당이 주로 주지사로 당선되는 지역의 대도시 단지는 망할 리 없다.” 이유는 인허가를 거의 해 주지 않고 각종 규제 때문에 대규모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공실 없이 항상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는 데이터가 증명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아무리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거래를 막아도 금융기관과 건설사가 부동산 개발금융과 분양규제 등에 묶여 공급까지 막아 버렸기에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변두리조차 청약 경쟁률이 도를 넘고 가격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생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극도로 피폐해지고 실제 기업, 자영업자의 이익이 급감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바로미터인 D램 가격이 지난 4월 20% 넘게 빠졌어도 갈 데 없는 돈과 청년 재테크라는 스포츠로또 자금까지 주식시장에 들어와 끌어올린 주가 보다도 탄탄히 오르는 게 아파트값이다.


수도권에선 주택의 실수요까지 있기 때문에 도심의 원룸 분양가가 6억 원에도 프리미엄이 붙는다. 사무실과 상가는 30%가 공실이어도 주택 공급 규제는 여전하고 진보·보수 할것없이 의원들은 아파트 다보유 동지들임을 대중은 늘 간과하는 것 같다. 공급을 억제하면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결국 주택 가격은 오르고 그로 인한 좌절감은 다시 진보의 에너지가 되는 정치공학은, 과거 보수진영이 강북 뉴타운을 개발할 때나 대규모 주택공급을 감행할 때 서민들이 집을 가지면 보수화된다는 논리와 유사한 셈이다.


더 큰 걱정은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로나 치료제 후보 중에서 ‘게임체인저’라고 격찬받던 ‘클로로퀸’, ‘아비간’은 퇴출 단계고, ‘렘데시비르’는 거품이 빠져가는데 그러면 다른  약들을 새로 등장시켜서 계속 희망을 쏘아 올려야 하는 게 시장이다. 거리 두기를 완화하자 이미 감염자 수는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지만, 이제 모든 나라가 예전처럼 강력한 제한 조치를 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결국 “다 같이 굶어 죽고, 정치인은 권력에서 쫓겨나느니 살 사람이라도 살자”로 간다. 이전의 세상이 아닌, 수많은 확진자와 공존하며 불안과 불편, 적당한 거리 두기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눈여겨 지켜봐야 할 점은 이것이다. 부도난 회사, 사실상 좀비기업에 투자하는 주식시장의 투기꾼과 정치권의 압력을 받아 정크(쓰레기 란 뜻)본드도 사주는 중앙은행들, 돈찍고 세금으로 선심쓰는 정부의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그리고 그 선동이 붕괴될 때 대중의 분노를 어디로 돌리고 어떻게 속일것인가? 

위 글은 교회신문 <681호> 기사입니다.


박성진 집사
연세오케스트라상임단장
㈜한국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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