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에너지 주권’ 확보할 때

등록날짜 [ 2022-08-30 22:15:21 ]

때때로 어떤 국가나 지도자는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 혹은 잘못된 신념 탓에 국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거나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를 깨뜨린다. 그 결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이것이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실행되던 ‘ESG 경영 테마’가 지금도 꺾인 것은 아니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의 약자인데, 특히 이 중에서 환경(Environment)은 제1 테마였다. 탄소 중립을 위해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고, 식량 생산을 위해 유전자 공학이나 변형 등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국가들도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화력발전소를 없애 나갔고, 탄소 배출이 제로(0)지만 사고 발생 시 잠재적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원자력발전소도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모두 없애 나갔다. 미국은 가장 많은 에너지 소비국이자 원유 수입국이었으나 셰일가스 층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게임 체인저’ 기술을 개발한 후 2004년부터는 원유 수출국으로 탈바꿈하였고, 이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었으나 민주당의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국유지의 셰일가스 채굴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ESG에 앞장서는 정의의 사도 이미지를 굳혀 나갔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국가였으나 탈원전 정책을 실시했고, 우리나라의 평균 일조량에는 턱없이 경제수율이 떨어지는 태양열 발전 사업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러시아의 푸틴은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무기화했고 동시에 팬데믹 때 폐쇄되었던 공급망이 재가동하지 못해 공급망 위기를 유발했다. 이어 미친 듯이 찍어 낸 각국 중앙은행들의 돈들이 팬데믹이 완화되자 불이 붙어 가며 1970~1980년대에서나 보았던 인플레까지 겹치면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 위기의 시점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서방국가를 조롱한다. 사우디 왕가에게 껄끄러운 언론인이던 ‘자말 카슈크지’가 2018년 살해되자 현 미국 민주당은 사우디의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에게 살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과 등을 돌린 사우디아라비아는 얼마 전 바이든이 원유 증산을 요청하고자 직접 방문해도 무례함으로 일관했고 요청을 묵살했다. 증산쿼터를 이미 최고치로 생산하는 국가들에 할당하는 식의 조롱이나, 최근에는 오히려 감산 발표까지 했다. 푸틴은 툭하면 천연 가스관을 잠그고 원유를 중국, 인도 등에 할인해서 팔면서 전쟁 비용을 충당하더라도 원유가가 높기에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사실상의 공조인 셈이다. 그래도 미국 민주당이 이성적인 것은 지금은 셰일가스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생산을 독려하고 있으며 원전 재개와 신규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것이 중요한 변화이다. 원전 의존도가 가장 높은 프랑스의 여유를 유럽 국가들이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탈원전에 가장 앞장섰던 독일은 원전 재가동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더는 중동, 러시아 등에 휘둘리지 않을 에너지 주권을 모색하는 중이다. 돌이켜 보면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미국이 일본의 원유 수입에 금수조치를 취한 게 시발점이었다. 분명한 것은, 지금 팬데믹 위기를 벗어나느라 찍어 낸 돈들을 수습하느라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고객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사우디가 과거 이란, 이라크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할 당시에는 미국과 우방으로 지냈으나, 과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절대 없을까? 무엇보다 세계가 더는 원유에 휘둘리지 않고, 내연 기관 자동차도 더는 타지 않으려고 더욱 발버둥 치게 만들 방아쇠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스스로 당겨 고객의 신뢰를 깨뜨렸고 이는 돌아오지 않을 듯하다. 마치 중국이 대책 없는 제로 코로나 셧다운으로 외국 기업들이 탈출하도록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남은 그렇다고 치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것은 에너지 주권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비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가가 배럴당 약120불을 넘으면 우리는 경상수지 적자국이 된다. 일본이 불안정한 땅인데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원유에만 의존하면 경상수지가 나빠지고 과중한 재정부채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며 국가 부도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도 위기이다. 고유가와 미국의 고금리로 외환, 주식 등의 시장이 불안하고 원유 의존도를 낮출 원전을 후퇴시켜 놓았다. 지금은 소를 잃었으나 다음번을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대비를 할 때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764호> 기사입니다.


박성진 집사
연세오케스트라상임단장
㈜한국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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