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엄마는 버릴 것 없어요?

등록날짜 [ 2017-08-17 15:24:08 ]

망가진 장난감 버리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들 모습 바라보며
내 삶에서 버리지 못하는 부분 영적생활을 위해 돌아보게 돼

이사를 한 달 앞두고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를 정리하고자 했다. 먼저 작은 방을 가득 채운 아들의 장난감을 목표로 삼았다. 얻어 온 게 많아 색이 바래고 망가진 장난감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들은 무슨 보물단지라도 되듯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이렇게 저렇게 구슬려 보고 타일러 봐도 통하지 않자 결국 “이사 갈 때 넌 데리고 가지 않겠다. 그냥 길거리에서 장난감이랑 살아라!”고 협박을 하고 나니 하나둘씩 내놓았다.

먼저 꺼내 놓은 것은 그나마 덜 소중한 자동차 장난감들. 여자아이처럼 반짝이고 예쁜 걸 좋아해서 열 번 중 한 번도 갖고 놀지 않던 장난감이었다. 둘째로 꺼내놓은 장난감은 조각을 잃어버린 퍼즐과 칠교놀이. 그다음은 찢어진 북. 그다음은 건전지를 바꿔 끼워도 작동하지 않는 캐릭터 마이크, 딱딱하게 굳은 컬러 점토까지 한가득 버리고 나자 비로소 작은 방이 사람 사는 곳으로 보였다. 아들은 서운한지 쓰레기봉투를 이리 살피고 저리 살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는 안 버려?” 하고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엄마는 장난감이 없잖아, 버릴 게 없어”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버려야 할 장난감이 내게도 있다.

직장에서 돌아와 부랴부랴 저녁상을 차려 두 아이를 먹이고 나면 거실은 온통 밥알 천지가 된다. 깨끗이 닦고 뒤를 돌아보면 이제 돌 된 딸아이가 상 위에 남은 반찬을 손에 쥐고 기어 다니는 참담한 장면을 목격한다. 도망치기 전에 얼른 붙잡아 욕실에서 씻기고 나면 이제 큰아이 차례. 이렇게 두 녀석을 씻기고 밥상을 정리하고 나면 기운이 쪽 빠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안방으로 들어가면 아들 녀석은 읽을 책을 침대에 수북이 쌓아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성우처럼 맛깔나게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잠자리에 눕는 아들. 유아부 성경읽기표대로 성경을 읽어 주면 아이들은 이내 잠이 든다.

이때부터 나의 스마트폰 놀이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가볍게 뉴스로 시작한다. 그다음은 연예계 소식을 한번 훑어보고 난 후 오늘 방영한 몇몇 드라마 스토리 전개를 체크한다. ‘난 웹 소설을 써야 하니까’라는 핑계로 죄책감을 중화시키면서…. 마지막으로 쇼핑 앱을 열어 ‘오늘의 특가’ ‘핫딜’ ‘파격 세일’ 상품을 살펴보면 스마트폰 놀이는 마무리된다. 대략 이렇게 소비하는 시간이 하루에 삼십 분에서 한 시간쯤이다.

누구는 이런 나를 보며 심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구는 격하게 공감할 터다. 사실 나는 영화를 잘 보지 않고 소설책도 잘 읽지 않는다. 기도할 때나 예배드릴 때 자꾸만 떠오르는 게 싫어서 일부러 피하면서도 이 스마트폰은 절친한 친구라도 되는 양 잘도 용납한다. 강단에서는 끊임없이 스마트폰이 신앙생활 최대 방해꾼이자 걸림돌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그만해야 하는데, 덮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만다. 만약에 주님이 “천국 갈 때 너는 데리고 가지 않겠다, 그냥 스마트폰이랑 살아라!” 하시면 어쩌나.

이제는 내가 버릴 차례다. 14일부터 17일까지 3박 4일간 흰돌산수양관에서 열리는 직분자세미나에서 변화를 넘어 변혁하고 싶은 소망을 안고 이 진드기 같은 장난감,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고 싶다. 여기에 낭비하는 시간과 마음을 영적생활에 쏟아붓는 진짜배기 집사가 되어 돌아오고 싶다.



/김은혜 집사
75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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