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날을 위한 찬가

등록날짜 [ 2009-04-01 10:36:15 ]

어김없이 봄은 온다. 감사하게도 나는 수십 번이나 봄을 맞는 축복을 누렸다. 만개를 앞둔 꽃 몽우리의 탄력 있는 움츠림과, 삐죽하니 밀고 나오는 새순의 꼿꼿함을 사랑한다. 외투 한 벌 없이 겨울을 견뎌 내는 사람은 얼마나 간절하게 봄을 기다렸을까. 온 천지에 따뜻한 빛이 평화처럼 내려 쌓이고, 우리는 이제 추위에서 자유하다. 이 빛은 봄이 우리에게 값없이 선사하는 기쁨이고, 특혜이다.
산천에 진달래꽃, 벚꽃, 목련꽃이 피어 물들고, 바람에 꽃잎 난분분한 봄. 봄이 오면, 아무리 포근하고 보드라운 것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십 년이나 입어 정이 든 내 외투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리 반갑지가 않다. 차라리 무거워진 외투를 벗는 것이 기쁨이요, 자유이다. 외투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 봄빛 아래 있지 못한 사람이다. 두 볼에 부서지는 밝은 햇살. 이 햇살을 그와 나누고 싶다. 봄 향기를 담아 편지를 띄우고 싶다.
이제껏 주님을 부인하며 살았던 나에게 주님은 ‘봄빛'처럼 오셨다. 주님을 알기 전, 나는 여러 관계가 끊기고, 뒤틀리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포근하고 보드라운 외투 같은 세상 위로를 안고 살았다. 2년 전, 친정아버지가 암 병실에서 간신히 주님을 영접하고 돌아가셨다. 북청 물장수로 자수성가하신 아버지는 고생하여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다 잃었고 결국 암으로 돌아가셨다. 장례식에 찬송이 울려 퍼졌다. “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 참 평안을 몰랐구나”
알 수 없는 따스한 빛이 나를 감쌌다. 평온함이 가득했던 아버지의 장례를 통해 믿지 않던 친정 식구들이 교회를 찾게 되었다. 나는 몇 달 전 우리 교회에 오면서 주님을 뜨겁게 만났다. 절에 다녔던 엄마도 지금은 우리 교회 헬몬 성가대에서 찬양하며 번번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빛에 대해 노래한 아름다운 시를 소개하고 싶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취임식에 낭독한 흑인 영시다.

(중략) 분명히 말해요. 이날을 위해 무수한 사람이 죽었다고. 우리를 여기에 데려다 준 이들을 위해 노래해요. 철로를 놓았고, 목화를 따던, 벽돌 하나하나를 놓아 눈부신 대저택을 만들고 그 안을 닦고 청소하던 이들을 위해.


찬미합시다, 투쟁을 위한 노래로. /찬미합시다, 오늘을 위한 노래로 / (중략)

겨울 공기와 같은 이 시대의 예리한 섬광 속에서는 어떤 것도 새로 만들 수 있고, 어떤 문장도 시작될 수 있어요.

그 가장자리에서, 그 첨점에서, 빛으로 들어가는 것을 찬미합시다.
(엘리자베스 알렉산더-‘그날을 위한 찬가’ 중)


링컨 메모리얼 센터에 울려 퍼진 이 시는 투쟁을 통해 빛 안으로 들어가는 지금을 찬미한다. 찬란한 빛 안에 영광이 있다고. 나는 이 시를 읽으며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했다. 돌아보면, 내가 빛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빛 아래 투박해진 외투를 벗었고, 언제인가 들고 있던 외투마저 어딘가에 놓아버린 지금, 나는 자유하다. 오직 말씀만 굳게 믿고 빛 안으로 들어가리라.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그분의 자녀로, 의로, 영광으로 산다는 것이.
빛 아래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빛으로 오신 주님의 부드러운 손길과, 지독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 꽃잎 넣은 봄 편지처럼 기꺼이 주님의 편지가 되리라. 빛의 사자들이여! 죄로 어둔 밤 밝게 비춰라.

위 글은 교회신문 <15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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