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신드롬

등록날짜 [ 2005-07-05 13:32:23 ]

‘안 예쁘다, 안 날씬하다, 안 젊다(29살), 거기다가 대학도 안 나왔다. 더구나 여자가…’
학력과 외모가 평가 기준이 되는 2005년, 한국 사회 미혼 여성의 조건치고는 참으로 불리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의 한 처녀가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바로 요즘 최고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모 TV 방송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가 그 주인공이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 다 하는 여자. 안 예쁘면 다소곳하기라도 해야 할 터인데 이도 저도 아닌 씩씩한 김삼순이 때문에 현재 ‘삼순이 신드롬’까지 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감이 가기 때문에”입니다. 공감이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우리네 삶을 그대로 묘사할 때야 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면 TV 화면을 메우는 ‘쭉쭉 빵빵’의 신데렐라 형 미인들보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여성들이 일상사 속에선 더 많은가 봅니다.
어떤 이는 “삼순이 신드롬은 여성을 지나치게 외모 중심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반동 작용” 이라고 말하지요. 일면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현상 속에서 우리 시대의 한 가지 흐름을 짚곤 하는데, 바로 ‘전형적인 여성상의 변화’이지요.
최근까지 우리네의 이상적인 여성 타입, ‘청순가련형의 신데렐라적 미인' 이 이젠 ‘씩씩, 강인형의 삼순이 타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모는 별로라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적극적인 여성들이 순종적인 신데렐라들을 밀어내기 시작 했다는 것이지요.
이런 변화는 교계라고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마르다와 마리아’에 대한 여성신학계의 평가가 그 예이지요. ‘예수님을 접대하느라 바쁜 마르다, 반면에 예수님 곁에서 조용히 말씀만을 듣고 앉아 있던 마리아’(눅 10:38-42). 일반적으로 우리는 말씀 듣기를 선택한 마리아를 믿음의 여인으로 여겨 왔지요. 하지만 그런 마리아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예수님께 고하며 열심히 손 대접을 했던 마르다를 여성 신학계에서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2000년 전 유대 땅에서 가장 낮은 신분인 여성이 자신의 요구를 마르다처럼 랍비에게 솔직히 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여기엔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분명 마리아의 행동을 칭찬하셨기에 그에 대한 여러 의미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전반으로 ‘여성상의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시나요? 예나 지금이나 이상적인 여성상 속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그녀들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지요. ‘정직함과 남들을 배려하는 사랑’의 표현으로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시대에 따라 표현 방법은 다르더라도 이상적인 여성들의 덕목엔 변함이 없는 듯합니다. 바로 태초에 하나님께서 여성을 만드실 때 그 속에 새겨 넣으신 ‘하나님의 성품을 발휘하는 것’ 말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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