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성격장애
정신건강의 이해(3)

등록날짜 [ 2013-02-19 16:49:09 ]

비판이나 불이익을 당하면 반드시 보복하려는 경향
과도하게 부풀린 자아상과 자기애에 집착하는 상태

성격장애는 정신병이나 신경증보다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면서 꾸준히 문제를 일으킨다. 성격장애가 있으면 본인도 불편하지만, 무엇보다 주변과 갈등이 일어나고 사회적응도 어려워진다.

예컨대, 편집성 성격장애는 망상적 상태가 인격을 지배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많다. 이런 유형은 자신을 과도하게 확신하고 정의감에 집착하지만, 매사에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기에 남과 자주 충돌한다. 누군가에게 비판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면 반드시 보복하려고 하며, 자신이 느끼는 불만이나 화를 공평한 행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요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나 일탈행동의 원인이 된다. 예전에 남대문에 불을 지른 사람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유형은 타인의 권리를 아주 사소하게 생각하거나 무시하고, 자기 이익을 얻으려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별다른 가책을 받지 않는다. 또 잘못이 드러나도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사회적 규범을 억압으로 받아들여서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흔히 ‘사이코패스’와 혼동하지만,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선천적 결함이기보다는 후천적인 영향이 크다. 성장 과정에서 정상적인 정서적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고 인격적 성숙함이 미미하다. 그래서 문제를 자기 내부의 갈등으로 풀기보다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교육이나 교정으로 사회적응을 유도하지만 대개 치유가 어려운데, 사울이 바울로 바뀌듯 근본적인 성격의 변화가 의학적, 심리학적 치유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주위의 사랑이나 관심을 받지 못한 사람은 성격장애를 보이기 쉽다.

연기(演技)성 성격장애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아상과 자기애에 집착하는 상태로, 타인의 관심을 끌려고 끊임없이 과장된 감정 표현을 하고 영화 주인공처럼 연기하듯 행동하기 때문에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연기성 성격장애는 대인관계에 무척 민감하지만, 남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해석하며 본인이 중심이 되려 하므로 진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요즘처럼 사회적 규범이 약해지고 가정에서 아이들을 공주나 왕자처럼 키우는 분위기가 연기성 장애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연기성 장애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의존성 성격장애도 있다. 의존성 장애는 주체의식과 자립심이 약하여 항상 타인에게 의존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유형인데, 보통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많다. 이런 유형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며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타인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하거나 복종하는 것이 특징인데, 늘 보살핌만을 원하기 때문에 이 역시 사회관계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

이외에 정신분열형 성격장애나 경계선 성격장애는 거의 정신병적 상태로 분류한다. 정신분열형은 자기가 천리안이나 텔레파시 능력이 있다고 믿거나 감각적 장애를 자주 겪는 상태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괴짜처럼 보일 수 있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감정이 불안하고 급격하며 충동적이어서 쉽게 화를 내거나 쉽게 감동하는 경향이 많다. 이런 유형도 정서적 안정성이 부족하고 행동에 일관성이 없어서 사회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

정신질환의 심각성과 해결책
이상으로 정신질환에 관해 대략 살펴보았지만 전체를 열거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정신질환이 일부 특수한 사람들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범위가 늘어나고 있으며, 사회구조가 불안해질수록 발병하는 비율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한 것도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지난해에 미국 <뉴욕타임스>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치료를 기피하는 한국인’이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한국인들이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각종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술로 풀거나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진단했다. 사회갈등이 심해지면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정신장애 비율도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전문가를 찾기보다 점을 보거나 취하도록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술은 정신장애를 해결해 주거나 위로가 되기보다는 더 악화시킬 뿐이다.

굳이 <뉴욕타임스>를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의 행복도가 무척 떨어지고 많은 사람이 정신장애와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면서 사회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정신장애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좀 더 체계적인 진단과 상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상황에 따라 우울증 같은 장애를 겪을 수 있음을 인식하여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앙에서 오는 생명을, 자아를 건강하게 강화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골3:15)고 말한다. 정신이 건강한 것은 바른 신앙인의 또 다른 지표라 할 수 있다.  <끝>


/김석 집사
프랑스 현대철학  박사
현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연세중앙교회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26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