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이야기 368] 노획한 병거를 불사른 여호수아

등록날짜 [ 2026-06-10 08:53:29 ]

승리는 의지하던 내 힘을 끊고

하나님만 의지할 때 찾아온다


메롬 물가에 왕들이 모였다. 하솔 왕 야빈이 불러 모은 가나안 북부의 연합군이다. 병거가 들판을 메웠고 군사는 해변의 수다한 모래 같았다(수11:4). 숫자만 놓고 보면 답이 없는 전쟁이다. 피할 곳이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자리다.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이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신다. “그들을 인하여 두려워 말라”(수11:6). 


이 약속 뒤에 명령이 하나 더 따른다. “그들의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불로 그 병거를 사르라.” 말과 병거는 그 시대 국력의 전부였다. 가나안에 정착할 이스라엘에 이보다 요긴한 전리품은 없다. 노획하면 그대로 군대가 된다. 


그런데 그 힘을 끊으라 하신다. 태우라 하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무엇을 의지하게 될지 먼저 보셨다. 보이는 말, 손에 잡히는 병거. 그 힘을 믿는 순간, 하나님을 향해 뻗은 손은 스르르 풀린다. 그래서 승리의 전리품을 끊게 하셨다. 기댈 것을 아예 남기지 않으셨다. 전쟁의 승패가 군사력에 있지 않음을, 하나님은 피 흘리는 실전에서 몸소 가르치셨다.


우리에게도 끊어야 할 힘줄이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보이는 것을 먼저 붙드는 손이다. 재물도, 사람도, 내 실력도, 하나님 앞자리에 올려놓으면 우상이 된다. 그 손을 풀어야 도우심이 잡힌다.


여호수아가 진격했다. 한 사람도 남기지 않았다(수11:8, 11:11, 11:14). 하솔을 불살랐다. 성문을 열고 들어가 호흡 있는 자를 칼로 쳤다. 들판을 메운 병거가 불탔고, 그 많던 말들의 힘줄이 끊겨 쓰러졌다. 해변의 모래 같던 대군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됐다.


진멸은 잔혹이 아니라 거룩의 요구였다. 그 땅은 하나님이 임재하실 거룩한 약속의 땅이었다. 거룩과 죄악은 한자리에 설 수 없다. 죄의 뿌리를 남기면 언젠가 그 뿌리가 이스라엘의 숨통을 끊는다. 그러므로 죄를 적당히 길들이지 말고 뿌리째 뽑아라. 하솔을 불사르듯 죄의 진원지를 태우라. 거룩에 중간 지대는 없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것을… 하나도 행치 아니한 것이 없었더라”(수11:15). 여호수아가 다 행했다. 그런데 그 완전한 순종보다 더 크게 이루신 분이 계신다. 골고다 언덕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친히 감당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다 이루었다”(요19:30). 여호수아가 대적을 남기지 않았듯, 그분도 우리 죄를 하나도 남기지 않으셨다. 보혈로 끝내셨다.


우리는 이기려고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이미 이긴 싸움을 확인하러 갈 뿐이다. 


의지하던 힘줄이 이미 끊겼고, 죗값이 이미 치러졌다. 다 이루어진 승리를, 우리는 믿음으로 확인할 뿐이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5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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