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자부심을 내려놓고

등록날짜 [ 2014-04-08 14:03:27 ]

1999년 가을, 장애인 예배부가 생긴 첫해에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의욕이 넘쳤다. 지적장애 학생에게 성경을 쉽게 알려주고 싶어 장애인 관련 세미나와 교육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나 자신을 하나님이 장애인부 교사로 세우려고 예비하신 일꾼이라 여겼다. 다른 교육부 교사가 10명, 20명을 담당하는 데 비해 비록 한두 명을 맡았지만 그들보다 더 깊이 학생들 삶에 관여하고 장애인들과 아픔을 나눈다고 여겼다.

때로 열정이 사라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식을 때도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열심인 교사였다. 성인지체장애인 예배부서인 소망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교사라는 자부심이 늘 가득했다.

혼자 열심인 잘못된 충성의 실체를 깨달은 시기는 2011년, 교사생활 12년이 지나서였다. 2010년부터 2년간 ‘40일 작정기도 그리고 10일’에 참석했다. 기도하는 습관이 붙자 하나님 시선으로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12년 교사생활로 쌓아 온 잘못된 자부심이 산산이 깨졌다.

2011년에는 어려운 일이 참 많았다. 소망부 안에서 사람들과 관계가 깨지자 주일 예배를 제대로 못 드렸다. 마지못해 교사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우리 반 학생들 삶과 신앙생활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교사가 시험 들어 한 달여 방황하는 동안, 우리 반 아이 6명의 삶과 영혼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아이들의 무너진 삶과 영혼을 보고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신앙 양심과 영적인 가책이 더해져 날마다 눈물로 회개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무너진 아이들을 바라볼 때 자책감으로 하나님을 부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예배시간에는 죄송한 마음에 강단을 바라볼 수 없었다. 사람을 만나기 싫었고, 누구를 만나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날마다 퇴근하면 나 때문에 사단에게 사로잡힌 아이들의 삶을 회복해 달라고 울면서 매달렸다.
 
그렇게 기도하니 가슴을 찢어야 할 일들이 속속들이 떠올랐다. ‘지난 12년간 내가 맡은 학생 중에서 과연 구원받을 믿음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찬찬히 돌아보니 많은 학생을 세상에 빼앗겼고, 그나마 교회에 다니는 장애인 아이들도 과연 구원받을 믿음이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깨달아지는 사실마다 절망스러웠다. 기도할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너는 이제야 네가 맡은 이들을 두고 눈물로 기도하는구나. 이제야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교사 노릇 하는구나.”

12년 동안 ‘열심’을 냈고, 그 ‘열심’에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것이 다 잘못된 열심이라고 하셨다. 세상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을 위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긴 공로를 세상이나 교회에서 몰라줘도 하나님은 분명 칭찬해 주시리라 자신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 충성에서 받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요10:27).

‘따르라’는 그 음성이 자책과 절망으로 웅크리고 거부하던 생각을 무너뜨렸다. ‘형편과 모습이 어떠하든, 부끄럽고 넘어져도 주님께서 말씀하시면 따라야지.’ 그날 절망스럽고 두렵게 하시던 주님 음성을 기억하고, 눈물로 간절히 기도하는 교사로 다시 서리라 다짐한다.


/최금희 교사
교회복지부 소망실

위 글은 교회신문 <38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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