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베테랑 교사의 교회학교 도전기

등록날짜 [ 2016-11-23 10:50:58 ]

15년 초등학교 교사 경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기도 없이 내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것 깨달아

초등학교 교사로 15년간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 아닐까’ 하는 막연한 믿음에 지난해 이때쯤 교회학교 이삭부(초등5·6) 교사 지원서를 냈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편견이나 경계심이 적다. 자기를 낮추는 순수함과 겸손함도 자연스레 갖고 있다. 그런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그런 순수함을 빨리 잃는 듯해 안타깝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존재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단연 부모다. 그다음은 교사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어 장차 그들이 하나님께 값지게 쓰임받는 인재로 자란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할 때면 교회학교 교사로서 행복하고, 보람도 느낀다. 하지만 야고보서 말씀을 기억하면 교회학교 교사인 것이 두렵고 떨리기도 하다.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받을 줄을 알고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약3:1).

이삭부 첫 수업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평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서일 것이다. 처음에는 주일 공과를 토요일에 미리 준비하면서 무척 설렜다. 내게 영혼을 맡겨 주신 데 대한 벅찬 감격도 느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고 업무가 많아지자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학교 일에 점점 나태해졌다. 공과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주중에 하던 전화 심방도 미뤘다.

교사 경험이 있기에, 교회 아이들도 당연히 잘 다룰 줄 알았다. 하지만 교회학교는 일반 학교와 상당히 달랐다. 교회학교에서는 기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동료 교사들이 변함없이 기도하고 물심양면으로 아이들 영혼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면서 도전받는다. 전도도 열심히 해서 점점 부흥을 일궈내는 동료 교사를 보면서, 초라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기도 잘하고 예배 잘 드리는 아이들로 양육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나 자신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이 교사로서, 성도로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초등학교 5, 6학년은 한창 영육 간에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시기다. 자기 의지에 따라 자신을 고칠 힘도 있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면 얼마든지 영육 간에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난감하지만 말이다.

그럴 때는 부모와 소통해야 한다. 한 달 전, 진서(가명) 어머니를 만났다. 그동안 진서는 주일예배나 교회 행사 때 꼭 오겠다고 말했지만 자주 약속을 어겼다.

자기가 한 약속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점은 진서의 장래를 위해서더라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아이문제로 학부모를 만나 대화를 나누려면 먼저 충분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무슨 권면을 해도 받아들인다. 교회학교 교사 경험이 1년뿐이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진서 어머니는 권면을 고맙게 받아들였고, 약속을 귀히 여기도록 잘 타이르겠다고 말씀하셨다.

내년이면 교회학교 교사 직분을 맡은 지 2년째다. 어린아이들을 사랑하신 주님 심정과 같이 아이들을 섬기기를 소망한다. 내년에는 아이들을 위해 좀 더 기도하는 교사가 되리라 다짐한다.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시고, 오직 주님 주신 힘으로 아이들을 이끌게 하신 주님께만 감사와 영광과 찬양을 올려 드린다.



/오금정 교사
이삭부

위 글은 교회신문 <50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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