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시간이 지나도 기다려 주는
김현숙 교사(교회복지부 온유실)

등록날짜 [ 2018-11-02 15:13:47 ]



발달장애인 자녀 기다려 주고 기다려 주는
부모 사랑 보면서 끝까지 우리 기다리시는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 깨닫게 돼 감사해

‘기다림’이란 무엇일까. 교회복지부에 소속해 발달장애인들을 섬긴 지 6년째다. 요즘 한 지체의 어머니를 보며 자녀를 향한 부모의 기다림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온유실은 35세 이상 발달장애인들이 속해 있다. 주민이(가명)도 그중 한 일원. 얼마 전, 온유실 행사가 있어 첼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주민이와 연주 연습을 함께해 왔다. 그런데 행사 당일,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주민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님께 전화해 보니 아침에 화장실에 들어가 우두커니 서서 온종일 안 나온다는 것이다. 식사 시간이 돼도, 어르고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어머님은 그저 기다린다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안 그래도 마음이 불안했는데 내 기도가 부족했구나.’ ‘지금 어머님은 얼마나 마음이 힘드실까?’ ‘주민이가 늦게라도 와야 하는데….’
저녁이 되자 주민이는 마음을 돌이켰는지 스스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어머니는 얼른 옷을 입혀 주민이를 교회로 데려왔다.
요즘 주민이는 예배를 마쳐도 바로 집에 가지 않는다. 예배실 안을 한참 걸어 다니며 이것저것 만져 본다. 또 시계를 여러 번 바라본다. 그러다가 본인이 정한 시간이 되면 예배실을 나간다. 어머니는 미리 데리러 와서 주민이에게 “가자, 가자” 하며 타이르고 주민이가 집에 돌아갈 의지가 생길 때까지 서서 또는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자녀에 대한 기다림이 저런 것임을. 기다려 주고 또 기다려 주는 것이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본래 그렇게 기다림이 힘들지 않도록 태어난 건 아닐 텐데, 내 자식이기에 기다려 주고, 하늘나라에서는 어엿이 설 수 있기를 소망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인 듯싶다. 장애인 부모들의 소망이 모두 저렇지 않을까 싶었다.
또다른 한 어머니는 자녀가 복합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의사는 일어나 앉지도, 잘 먹지도, 말하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어머니는 일어나 앉는 것을 놓고 수일간 금식기도 했다. 또 먹는 것을 놓고 며칠간 금식했다. 성장 과제 한 가지 한 가지마다 모든 것을 감내하며 금식하며 기도했다. 그 결과, 지금 그 자녀는 말도 잘하고 잘 걸어 다닌다.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 몫을 하며 살아간다. 세포 하나하나가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의 응답으로 잘 발달한 듯하다.
만약 내가 같은 입장이라면 그렇게 인내와 소망을 가지고 기도할 수 있을지 돌아본다. 내 자녀가 조금 늦게 일어나면 “지금 몇 시니? 빨리빨리 해!” 하고 소리쳤다. 공부도 몇 번 가르쳐서 잘 모르면 “왜 아직도 잘 모르냐”고 야단쳤다. 자녀는 마땅히 자기 입장에서 알아가고 실수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걸 허용해 주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상처받고 힘들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과 집에서 성경을 읽던 중 디도서 3장 3~5절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그분의 자비하심과 사랑하심의 수준이 한없이 크셔서 내가 구원받을 자리에 있고, 지금까지도 말씀으로 가르치시고 깨닫도록 기다려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절절히 느꼈다. 다시 한번 감사가 솟았다.
시간이 지나도 주님 은혜에 감사를 잊지 않고, 마땅히 내 이웃이 잘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고 기다려 주며 그리스도의 마음을 전달하는 그분의 편지, 그분의 향기가 되기를 다짐한다. 
 

 김현숙 교사(교회복지부 온유실)

위 글은 교회신문 <597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