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 이승만, 그의 생애와 업적(59)] 자의로 떠난 여행… 결국 돌아오지 못해
하와이 유폐

등록날짜 [ 2014-04-08 14:03:17 ]

박정희 정권, 한일 국교 정상화 추진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 이승만의 귀국 막아


<사진설명> 하와이에서 양자 이인수 박사를 맞아 기뻐하고 있는 이승만 박사 내외(1962. 12).

이승만 박사가 선택한 마지막을 이야기할 때, 흔히 ‘하와이로 망명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망명이 아니라 유폐였다. 국어사전이 내린 정의에 의하면 ‘망명’이란 ‘망명도주’를 줄인 말로서 ‘정치적인 이유로 제 나라에 있지 못하고 타국으로 피하는 일’을 뜻한다. 물론 자동사에 속한다.

이승만이 결정한 하와이행은 자의로 떠난 정치적 망명이 아니었다. 지친 심신을 추스를 목적으로 2~3주 쉬려고 했고, 4·19 이후 소용돌이치는 국내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려고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켜 주려는 뜻도 있었다.

부득이하게, 잠시 계획한 하와이 체류는 그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었다. 이승만은 조국을 그리워하여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국내에서 벌어진 정치 상황은 끝내 이승만이 귀국하는 일을 막았다.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은 유폐된 채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전 생애를 조국을 위해 바친 이승만이 본인도 모르는 채 조국과 작별하던 날, 이 박사 내외는 하와이 교포 월버트 최가 마련한 전세기에 올랐다. 세관원이 올라와 소지품을 뒤져보니, 트렁크 4개뿐이었다.

하나는 이승만 박사의 옷, 하나는 프란체스카 여사의 옷, 또 하나는 소품과 기내에서 먹을 점심과 약품이 든 상자, 나머지 하나는 이 박사가 평생 사용해 온 고물 타자기가 전부였다. 평생 청렴하고 검소하던 대통령 내외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광복을 맞아 빈손으로 돌아온 이승만 박사와 프란체스카 여사는 역시 빈손으로 사랑하는 고국을 떠났다.

하와이에서 이승만은 양자를 맞았다. 처음 아들 인수를 맞이했을 때, 이승만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어 가지?” 이인수는 “많은 사람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잘되어 갈 것입니다. 염려 마십시오”라고 대답했다.

이승만은 “그런가? 나라가 잘되어 간다면 그것은 참 좋은 일이야” 하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깐 노인의 얼굴에 회한의 빛이 서리는 듯했다. 그러다가 곧 깊은 한숨과 함께 눈을 뜨면서 침통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런데 너는 남이 잘된다, 잘된다 하는 소리 아예 믿지 마라. 이렇게 절단이 난걸. 우리나라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야.”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측근들에게 귀가 막히고 눈이 막혀서 그저 다 잘되는 줄만 알던 노(老) 정치가의 후회가 담긴 말이었다.

이승만은 아들 이인수가 곁에 앉으면 더듬더듬 말을 건네곤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남북통일을 하려는 이가 있나?” 이인수는 으레 생각해 둔 대답을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소원이니 모두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 박사는 “그까짓 생각만 해서 뭐해? 아, 이승만이가 한바탕 했으면 또 누가 나서서 해야 하잖아. 내 소원은 백두산까지 걸어가는 게야” 하고 말했다.

이승만은 조국을 그리워하고 통일을 염원하여 날마다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 만나는 이들에게 이것저것 한국에 관해서 물어보고는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시국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자 대한민국 정부는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다. 한일 회담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정부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승만의 귀국은 당시 정부에겐 커다란 부담이었다. 결국 이승만은 귀국을 허락받지 못했다. 고국에 돌아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87세 이승만은 그날 이후 다시는 걷지 못했다.

날로 건강이 좋지 않던 이승만은 급기야 마우나라니 요양원에 입원했다. 병상에 누운 이승만을 자주 찾아간 오중정은 이 박사가 좋아하는 노래를 병실에서 자주 불렀다. 남궁억 선생이 작사하여 찬송가 371장에 수록된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이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사방에 일꾼을 부르네 / 곧 이날에 일 가려고 누구가 대답을 할까 /
일하러 가세 일하러 가 삼천리 강산 위해 / 하나님 명령받았으니 반도 강산에 일하러 가세” <계속>

자료제공 | 『하나님의 기적, 대한민국 건국』(이호 목사 저)

위 글은 교회신문 <38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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