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우리문학이야기(1)
한국문학의 숨겨진 시편 - 청노루 시인 박목월의 신앙시

등록날짜 [ 2008-02-18 17:30:45 ]

한국문학에서 기독교 시인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윤동주나 김현승 같은 시인을 떠올릴 것이다. 반면에 청록파 시인이자 청노루의 이미지로 잘 알려진 박목월을 기독교 시인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목월은 독실한 신앙의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일찍이 경주에서 기독교에 입교한 후에 서울 원효로 효동교회에서 장로로 임직되고 소천하기까지 두터운 신앙심의 영감으로 시를 써온 기독교 시인이다.
또한 목월은 동요 작가로도 이름을 떨쳤는데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하며 어릴 적에 누구나 애송했던 이 동요도 목월의 동시인 〈얼룩송아지〉를 그 가사로 하고 있다. 목월의 시에 나타나는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세계는 이러한 신앙심과 동심으로부터 말미암고 있는 것이다. 목월은 당시 최고 수준의 문학잡지인 《문장》지에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정지용의 추천으로 등단하였는데, 이때 정지용은 “북에 김소월이 있었거니 남에 박목월이 날만하다. 목월의 시가 바로 조선시다”라고 평하며 극찬하였다. 수사적 기교나 현학적인 문체를 구사하지 않았지만 신앙심과 동심에서 비롯한 목월의 시를 당대 어떤 시인의 시보다 크게 인정한 것이다.

한국문학의 신앙적 유산
목월이 소천하고 그 이듬해에 발간된 그의 신앙시집이자 유고시집인 《크고 부드러운 손》은 한국기독교문학에 있어서 너무나도 값진 보고이자 신앙적 유산이다. 목월의 시에 나타나는 푸르른 생명성은 신앙시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과 거듭남의 체험, 기독교적 부활사상 등으로 집약되고 있다.
〈우슬초〉란 시에서 시인은 “주여 우슬초로 나를 정결케 하옵소서”라고 간구한다. 정결의식에 사용하던 우슬초를 통하여 예수님의 보혈을 간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도행전 10장 10절이란 부제가 붙은 〈희고 눈부신 천 한 자락이〉에서 시인은 “잠을 깨자 나는 주의 사람 새로 빚은 포도주 같은 피가 돌고 있었다 할렐루야 나는 꿈 속에서 새 사람이 되었다”고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증거한다.
〈부활절 아침의 기도〉에서는 “주여 간절한 새벽의 기도를 들으시고 저에게 이름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며 변화된 자신을 새롭게 명명해 주실 것을 간구하고 있다. 〈오늘은 자갈돌이 되려고 합니다〉란 시에서는 “오늘은 자갈돌이라 부름을 입게 하시고”라고 말하며 자신을 자갈돌로 일컬음을 받아도 족한 존재로 겸손하게 고백하고 있다. 〈크고 부드러운 손〉에서 시인은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그것은 보석 그것은 부활의 조짐”, “하얗게 삭은 뼈들이 살아나서 바람과 빛 속에서 수런거린다”고 묘사하며 예수님의 부활을 확고한 믿음으로 고백하고 있다.

자녀를 축복하는 믿음의 시편
목월은 주옥 같은 신앙시를 우리 민족에게 문화적 유산으로 물려주었다. 목월의 신앙시는 영적인 어머니를 통해 체험한 하나님을 향한 신앙고백이자 자녀에 대한 믿음의 축복이다. 〈어머니의 언더라인〉에서 유품으로 남은 붉은 밑줄이 그어진 어머니의 성경책을 통해 어머니의 기도를 떠올리는 목월은 〈어머니의 성경〉에서 “내가 이 성경을 자식들을 위하여 유물로 남기면 우리 집안의 기도는 삼대(三代)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믿음의 축복을 시의 언어로 선포한다.
목월의 맏아들로서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를 지낸 박동규 교수가 아버지 목월의 뒤를 이어 효동교회의 장로로 충성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목월의 시로써 드려진 기도는 가장 값지게 열매 맺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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