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이 땅에 사는 것만도 행복이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과의 무거운 만남

등록날짜 [ 2008-08-12 13:46:38 ]

최근에 상영된 영화 ‘크로싱’은 3년여 동안 철저한 비밀리에 촬영을 한 것으로 제작발표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북한의 현실을 다루는 영화이기에 논란도 많았고, 관심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현실감을 살렸기 때문일까, 영화는 그리 흥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결코 흥행도로만 판단할 수 없는 아픈 현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는 사실을….

현대판 ‘아빠 찾아 3만리’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의 세 가족 아버지 용수(차인표 분), 어머니 용화, 그리고 열 한 살 아들 준이는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함께 있어 늘 행복하다. 어느 날, 엄마가 쓰러지고 폐결핵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간단한 치료약조차 구할 수 없는 북한의 형편에, 아버지 용수는 중국행을 결심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 끝에 중국에 도착한 용수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불법 현장이 발각되면서 모든 돈을 잃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용수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과 완전히 헤어지는 길이 될 줄은 모른 채….
한편, 용수가 떠난 뒤, 두 달여가 지나자 용화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마침내 용화는 세상을 떠난다. 이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 한 살 준이,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한 용수는 브로커를 통해 준이의 행방을 알게 되고, 다시금 헤어졌던 준이와 용수의 불가능해 보였던 만남이 시도된다. 하지만, 아버지 용수와 아들 준이, 그들의 간절한 약속은 안타까운 엇갈림으로 이어지는데…. 과연 그들의 만남은 이루어질까.

이 비극을 어떻게 하나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장면은 북한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목숨을 걸고 중국행을 택해야만 했던 결핵 치료약이 남한에서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나눠줄 만큼 흔하디 흔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한 장면으로 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엄청난 비극은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누가 만들었기에 그 어떤 나라도, 그 어떤 사람도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위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기 시작했다. 한숨을 깊게 쉬는 어르신 몇몇 분도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쉬 일어나지 못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영화 속에 비친 현실은 너무도 불편하다. 안타깝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냥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하기에는 마음이 너무도 불편하다. 저들을 살릴 수는 없는가.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 땅에 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영화였다. 가족끼리 함께 살 수 있고, 함께 먹을 수 있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나 불행이 오더라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있는 가족이 있기에, 그들을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위 글은 교회신문 <14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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