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우리문학이야기(5)
절대고독 가운데 만난 하나님

등록날짜 [ 2008-12-16 14:17:27 ]

예수를 스승 삼은 신앙시인 김현승의 시세계

평소 커피(茶)를 즐겨 마셔 다형(茶兄)이란 아호를 지닌 시인 김현승은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미션 계통인 광주 숭일학교 초등과를 거쳐 역시 미션 계통인 평양의 숭실중학교를 졸업하고 숭실전문학교 문과를 수료하였다. 그는 성경 중에서도 사복음서를 특히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예수의 말과 행적이 시적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제자가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묻자 “예수야. 예수님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스승이고, 가장 위대한 시인이야”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예수를 친히 스승삼은 신앙시인이었다.

신앙심으로 재발견한 자연

김현승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는 땅 속에 뿌리박고 있지만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상승 의지를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존재로 표현된다. 육체는 지상에 얽매여 있으나 영혼은 본향인 하늘나라를 사모하는 인간의 존재를 나무의 속성에 빗대어 시인은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무〉라는 시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 가운데/ 우리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나무이다/ 그 모양이 우리를 꼭 닮았다”라고 나무를 묘사하고 있다. 〈푸라타나스〉에서도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푸라타나스/ 너를 맞어 줄 검은 흙이 먼-곳에 따로이 있느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영혼의 본향은 땅의 흙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천국임을 역설하고 있다.
열매는 김현승의 시에서 하나님의 선물이자 생명의 결실로 상징되어 묘사된다. 시인은 〈나의 한계〉란 시에서 “믿음은 언제나/ 꽃의 자유가 그 뿌리 밑에 떨어질 때/ 그 뿌리를 보며/ 내 안에 맺는 열매이다”라고 노래하며 〈부활절에〉란 시에서는 “당신의 핏자욱에선/ 꽃이 피어 사랑의 꽃 피어/ 따 끝에서 따 끝까지/ 사랑의 열매들이 아름답게 열렸읍니다”라고 고백한다. 〈눈물〉이란 시에서 시인은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주시다”라고 진술한다. 어린 아들을 하늘나라에 보낸 후에 썼다고 알려진 이 시에서 시인은 영혼의 눈물과 생명의 열매를 동일시하고 있다.

절대고독에서 절대믿음으로

흔히 김현승을 절대고독의 시인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그가 잠시 기독교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하나님을 떠나면서 나타난 시적 현상이다. 〈고독의 끝〉이란 시에서 “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저 벗어 버린다”라고 선언하던 시인은 〈절대고독〉이란 시에서는 “나는 내게서 끝나는/ 아름다운 영원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와 함께”라며 비관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시인을 다시 구원한다. 그는 고혈압으로 쓰러져 거의 죽게 되었다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살아난다. 그는 자신을 죽음에서 살리신 이가 하나님이시며 마지막 회개의 기회를 주시려고 자신을 살리셨음을 깨닫는다. 이때부터 그의 시세계는 절대고독에서 절대믿음으로 대전환을 이루게 된다.
그의 마지막 시로 추정되는 시로서 제목미상으로 유고시집인 《마지막 지상에서》에 수록된 시에서 시인은 “주여, 이 고요한 시간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주여 이 시간엔 잃게 하소서/ 요란한 말들을 잃게 하소서/ 그리고/ 나의 눈물 소리만이 떨어져/ 이 빈 시간을/ 채우게 하소서”라고 고백하며 자신을 철저히 낮추어 회개한다. 인간 중심의 시를 회개하고 하나님 중심의 시로 돌아온 시인은 “나의 생명을 주님이 거두시는 날까지 믿음의 시를 쓰다가 조용히 눈을 감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그리고 그 바람대로 1975년, 문리과대학장으로 재직하던 모교 채플 시간에 김현승 시인은 하나님께 기도드리던 중에 고혈압으로 다시 쓰러져 그리던 주님의 품에 안기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4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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