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교회 종소리’의 추억
소음이라고 외면당한 ‘교회 종소리’ 잠든 영혼 깨우는 소리로 다시 울리기를

등록날짜 [ 2009-03-20 13:52:01 ]

지금은 우리나라의 전역을 다 통틀어도 ‘교회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교회 종소리가 있었는지조차도 모르는 세대가 더 많을 것이다. 2005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그 지역정보를 찾으려고 우연히 들르게 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한 내용이다. 내용인즉,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 어디에서도 교회 종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관광차 들른 홍도라는 섬의 교회 종소리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추신에는 앞으로 교회 종소리가 계속해서 울릴 경우 다시는 그 곳으로 관광을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교회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내심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그 민원의 내용이 필자에게는 단지, 교회의 종소리가 듣기 싫다는 것으로만 들리지 않았기에 한동안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필자가 교회 종소리를 처음 듣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반 무렵이었다. 시기로 보아 차임벨 소리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때 들리던 찬양이 바로 찬송가 364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이라는 찬양이었다. 그리고 종소리의 근원지는 집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그만 교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당시 필자는 어린 나이었기 때문에 새벽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아침 예배나, 해질 무렵의 저녁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를 주일마다 들을 수 있었다. 당시의 느낌으로 그 교회의 종소리는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하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교회 종소리를 통해 그 찬양이 들려올 때면 어김없이 소꿉놀이를 멈추고 한동안 그 매혹적인 ‘교회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들었던 교회의 종소리는 지금까지도 종소리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교회에서 종이 사용된 것은 6세기경 유럽의 교회로부터 시작되어, 근대의 튤립 모양의 종이 쓰이게 된 것은 약 13세기경부터라고 한다. 그중 가장 발달한 것이 몇 개의 벨을 세트로 한 카리용(carillon 고정되어 매달려 있는 23개 이상의 청동제 종(鍾)으로 구성된 악기)이다. 근대의 것은 반음계로 조율된 30-50개의 벨을 갖고, 음넓이도 3-4옥타브에 이른다. 이 카리용의 효과를 오케스트라에 쓰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 튜불러벨, 또는 차임벨이다.
사실 ‘종'은 시간을 알리거나 신호를 보내려고 만들어진 일종의 타악기이다. 시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초창기에는 ‘종'이 예배시간을 알려 주는 역할을 했다. 보통 예배 시작 30분 전에 처음 종을 치고, 이어 5분 혹은 10분 전에 두 번째 종을 쳐서 예배 시간이 임박하였음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초창기 한국교회는 높은 탑 위에 종을 설치하여 종소리가 멀리까지 울리도록 하였다. 따라서 종소리를 들으면 대략 교회의 위치를 가늠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종은 일제강점기 때 무기를 만든다는 구실로 강탈을 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해방과 더불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교회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시계라는 것이 점차 흔한 물건이 되어 버린 후로는 굳이 ‘종' 소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새벽잠을 설치게 하는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었다. 급기야 여론에까지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 종소리는 1980년대 이후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잊혀진 소리가 되어버렸다.
교회의 종을 강탈당하던 그 시절의 핍박보다 오히려 교회의 종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들이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 속히 이 땅 가운데 사라졌던 교회의 종소리가, 잠든 영혼을 깨우던 그 찬양이 모든 민족과 열방 가운데 다시 힘차게 울려 퍼지는 날이 돌아오길 소망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15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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