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과 인간 소외
철학박사 김석의 인문학 강의

등록날짜 [ 2010-04-12 07:54:46 ]

성경 ‘육체의 영광’ 시드는 꽃에 비유하며 덧없음 지적
‘성형 열풍’의 본질 바로 보는 올바른 가치관 정립 필요



최근 한국은 성형 열풍이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살이
찌거나 외모가 아름답지 못하면 ‘루저(looser, 패배자)'로 경멸하는 분위기다.
육체를 상품화시키는 본질을 깨닫고 이를 바로 보는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
시급하다.


최근 인터넷이나 TV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는 인기 스타들의 성형 전후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어떤 코미디물에서는 일부러 여자연예인들의 과거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비교하면서 성형을 공개적으로 웃음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성형은 이제 연예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은 우리나라 여고생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성형수술은 이제 신체의 장애나 결함을 교정하고 치료하는 의학이 아니라 손쉽게 예뻐지기 위한 간편한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고, 젊어지려는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지상정이지만 최근 한국은 성형 열풍이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살이 찌거나 외모가 아름답지 못하면 ‘루저(looser, 패배자)’로 경멸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가끔 성형 후유증 때문에 고생하거나, 심지어 죽는 일도 발생하지만 그런 것은 아름다움을 위한 희생이나 일회성 해프닝 정도로 취급된다. 신체적 기형이 없는 사람들조차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초라한 몸매를 부끄러워하고, 건강이 아니라 멋있게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새파이어는 성형을 권장하고, 아름다워지려고 발버둥치는 사회현상을 지칭하여 ‘루키즘(Lookism)’이라 부르면서 오늘날 외모가 새로운 차별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외모는 이제 취업, 결혼, 삶의 일상에서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으며, 인기 연예인들처럼 자신을 가꾸고 포장하려고 한다.

과연 이런 외모숭배 현상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개성과 단정한 용모가 강조되고,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남들보다 더 외모가 아름답거나 섹시한 몸매를 가지려고 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는 육체의 상품화 논리가 깔려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날씬함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몸을 숭배하는 것은 육체가 상품화되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육체는 노동하고, 삶을 영위하는 개인의 실존적 토대였으나 이제 가꾸고 다듬어 상품처럼 평가받고, 가치를 매기는 대상이 되고 있다. 건강이 경쟁의 논리에 편입되면서 잘빠진 S라인 몸매와 얼굴은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등가물처럼 간주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산층의 새로운 척도는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육체를 가꿀 여력과 재산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사물 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호화가 보편적인 법칙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육체는 이제 새로운 욕망의 투영물이 된 것이다. 이것은 본래 수치화될 수 없는 개인의 몸이 비교의 대상이 되고, 사람의 개성과 가치가 겉으로 보이는 육체로 환원되는 인간 소외의 전형이다.

육체 상품화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큰 사회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외모지상주의의 영향과 부작용은 청소년들에게 더 심각하다. 우상처럼 제시되는 남녀 연예인들의 튀는 외모와 몸매는 동경의 대상이 되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들을 이상화하고 모방하려고 하면서 자신의 현재 상태에 불만을 갖는 극도의 소외감에 시달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6~2008년 3년 동안 전국 468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검사 결과에 따르면 표준체중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저체중 학생의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거나 심지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창 자라날 나이에 과도한 살빼기는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외모 가꾸기에 휩쓸려 그릇된 자아정체감을 갖거나 거식증 등 정신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과도한 육체 상품화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패션업계에서도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퇴출하는 등 사회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육체 상품화의 본질을 바로 보는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성경은 모든 육체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시드는 꽃에 비유하면서 덧없는 것에 미혹되지 말 것을 가르친다(마6:29).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말에는 이러한 깨달음도 포함됨을 인식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자. 

위 글은 교회신문 <18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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