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친해지기] 은혜로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찬양

등록날짜 [ 2016-04-20 10:09:43 ]

갑상샘암 판정 받고 성대를 다친 성악가

오히려 더 많은 이에게 큰 감동과 은혜 줘

 

대학 시절 독일에서 유학할 때, 러시아의 거장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관했을 때 일이다.

 

한 학생이 러시아의 대작곡가 쇼스타코비치(Dmitrii Shostakovich)에게 첼로소나타 레슨을 받으면서 그 작곡가와 나누었던 대화를 전해 주었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의 언어 습관, 특이한 행동들을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쇼스타코비치가 한결 가깝게 느껴졌다.

 

로스트로포비치가 말을 이어 어떤 작품이든지 작곡가를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가깝게 느낀다면 연주할 때 훨씬 설득력 있는 연주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이미 죽은 지 오래된 바흐나 베토벤 같은 위대한 작곡가라도 그에 관한 문헌 자료들로, 우리는 그들을 가깝게 느낄 수 있고, 그렇게 느낄 때 그 작품에 대한 진정한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필자는 그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가끔 원작자를 만난다면 신선한 감동과 느낌을 받는다. 필자는 최근 아프리카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한 자선공연 우물 콘서트를 맡아 지휘했다.

 

이 공연을 지휘하면서 실존인물 두 명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은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의 실제 주인공 배재철 씨다. 그는 말 그대로 정말 잘나가는 테너였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배재철 씨를 이렇게 평했다.

 

“100년에 하나 나올 법한 리리코 스핀토 테너.”

 

또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수석 졸업과 수많은 국제 콩쿠르 우승은 그가 정말 잘나가는 테너임을 뒷받침해 준다.

 

무엇보다도 필자는 유학 가기 전, 배재철 씨가 한국 오페라 무대 데뷔작인 <토스카>를 공연할 때 부지휘자로 참여해 그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최전성기 때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갑상샘암을 판정받고 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성대가 끊겨 노래는커녕 말조차 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 후 몇 차례 성대 수술과 재활 훈련으로 다시 목소리를 회복한 배재철 씨는 수술대에서 의사가 짧게 할 수 있는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는 요청에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렀다.

 

배재철 씨의 성대는 온전히 회복하진 못해 이제는 높은 하이 C(테너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를 전처럼 자유롭게 낼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스토리는 영화화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배재철 씨와 무대 뒤에서 우물 콘서트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의 예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그는 저 땐 참 잘했는데하며 말을 흐렸다.

 

선생님, 하지만 지금 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시잖아요.”

 

필자는 진심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무대에 들어섰다. 배재철 씨가 이날 부른 노래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찬양 중 하나인 하나님의 은혜였다. 위에서 실존인물 두 명을 만났다고 했는데 나머지 한 명은 이 곡의 원작곡자인 신상우 씨다. 그는 필자가 지휘하는 이번 오케스트라에 피아니스트로 동참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나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밟음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구절구절 은혜가 넘치는 이 찬양의 작곡가와 이 곡을 연주하는 기분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순간 은혜로웠다. 아쉽게도 연습 일정이 빡빡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의 실제인물 배재철 씨, 그리고 찬양 하나님의 은혜의 작곡가 신상우 씨, 그들과 이 곡을 연주한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찬양대 상임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4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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