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클래식과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7-03-13 13:49:39 ]

베토벤 ‘운명’과 쌍벽 이루는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양식 면에서 미완성이지만 감미롭고 완벽한 내용으로 여전히 수많은 감동 자아내

새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다. 3월은 졸업, 입학, 결혼 일정이 달력을 가득 채울 만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기다. 그래서인지 3월을 맞으면 새해와는 또 다른 다짐과 설렘이 생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천문화재단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놀라운 오케스트라’에서도 새 악기와 새 곡을 준비하고, 신입 단원을 모집할 계획이라 분주하다. 무상교육을 하는 ‘놀라운 오케스트라’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El Sistema)인 ‘꿈의 오케스트라’ 전국 39개 중 우수 기관이어서 많은 학생이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모집 대상을 부천 거주 학생에 한정했는데, 올해는 인근 지역까지 확대해 더욱 기대된다.(문의:032-320-6361/문화교육팀)


미완성인 채로 명작 반열에 올라
올해 ‘놀라운 오케스트라’ 첫 레퍼토리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미완성 교향곡’이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면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고 알려져 있다. 슈베르트는 요절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33)보다 더 이른 나이(31)에 생을 마감했다. 그 짧은 생애에 무려 600곡 넘는 가곡을 작곡했고 그 외 교향곡 8곡과 소나타, 오페라를 작곡했다.

보통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슈베르트 교향곡 8번은 ‘2악장’으로 이루어져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부른다. 인기 면에서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쌍벽을 이룬다. 그만큼 슈베르트가 작곡한 교향곡 중 최고 걸작일 뿐 아니라 낭만파 음악이 쌓은 하나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이 명작이 왜 미완인 채 끝났는지는 여러 설이 있다. 혹자는 “2악장만으로도 완벽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슈베르트가 건망증이 심해서 다작을 해 놓고 까먹었다” “1, 2악장 구성상 3악장을 전개할 엄두를 못 냈다” 등 영화 소재로 삼을 만큼 흥미로운 추측이 난무하지만 모두 상상일 뿐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미완성 교향곡’은 형식 면에서 미완성일지라도 내용 면은 ‘완성’이라고 여긴다. 또 ‘가곡의 왕’이란 별칭답게 선율이 무척 아름답다.

슈베르트 작품을 평생 사랑했던 브람스는 이 곡을 다음과 같은 말로 평했다.

“이 곡은 양식상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내용은 절대 미완성이 아니다. 두 악장은 어느 것이나 내용이 충실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기에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 다정하게 속삭이는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일찍이 들은 적 없다.”

슈베르트 시대 이래로, 또 브람스 시대 이래로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많은 교향곡이 등장했다. 하지만 브람스의 말은 아직도 그때와 똑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수백 년이 흘러도 사람들이 한결같이 찾는 고전 클래식. 그 가치가 슈베르트의 작품에 여지없이 묻어난다.


<사진설명>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초고. 슈베르트가 오스트리아 그라츠 음악협회 명예 회원으로 추대되었을 때 그 사례 표시로 2악장까지만 완성한 교향곡을 보냈다. 그러나 1865년에 빈 궁정 지휘자 헤르베크가 발견하기까지 40년간 먼지를 쓰고 파묻혀 있었다.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적당히 빠르게), B단조, 3/4박자

소나타 형식을 취하면서도 악상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독특한 형식이다. 엄숙한 느낌의 서주 주제가 제시된 후, 유명한 제1주제(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가가멜이 등장할 때 이 주제가 흘러나온다)가 등장해 노래하는 느낌을 준다. 이어 민요풍 제2주제가 G장조로 연주되고, 발전부에서는 세 주제가 함께 발전하면서 분위기를 고조한다. 재현부 끝부분에서 첫 부분 주제가 짧게 연주되면서 침통한 느낌으로 마무리한다.


-2악장: 안단테 콘 모토(안단테보다 조금 빠르게, 그러나 활기 있게), E장조, 3/8박자

2부 형식이다. 달리 말하면 발전부 없는 소나타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제1주제 바이올린 선율은 1악장 서주 주제와 연관성 있어 통일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되풀이된다. 제2주제는 오보에가 처음 제시하고 클라리넷이 받아 연주한다. 목가적인 느낌을 띤다. 이 주제가 잠시 격정 깊게 전개된다. 그 후 전반부 악상을 약간 변형한 형태로 되풀이한다. 2주제부 전개를 확장해 거대하게 전개하고, 여운을 남기면서 고요히 끝난다. 우리에게 익숙한 ‘깊은 산속 옹달샘 물만 먹고 가지요’ 멜로디가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함께 듣는 음악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교향곡’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부천문화재단 놀라운오케스트라 주강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51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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