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하나님을 사랑한 작곡가 멘델스존의 가을 감성
‘클래식과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7-10-07 20:30:09 ]

10월이다. 얼마 전만 해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어느덧 선선한 바람과 맑은 하늘이 가을이 왔다고 알리고 있다. 아직 여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햇볕이 따갑지만, 시원한 바람과 맑고 높은 가을 하늘에서는 멘델스존의 제4번 교향곡인 <이탈리아> 1악장이 떠오른다. 관악기의 연타음과 화려하고 경쾌한 현악기 선율이 이어져 마치 남부 유럽의 맑은 하늘과 상쾌한 대기의 향기를 연상시킨다. 감상하는 내내 흥분과 열정이 떠나지 않는 멘델스존의 4번째 교향곡 <이탈리아>를 소개한다.

<사진설명> 멘델스존이 방문했던 이탈리아 로마의 베네치아 광장. 국가 중심부에 있어 ‘로마의 배꼽’이라 불리는 곳에서 멘델스존은 교향곡 <이탈리아>의 영감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찾아내다
“이곳이 이탈리아로구나. 항상 마음에 두던 것을 시작하련다. 인생 최고의 기쁨을. 나는 이탈리아를 정말 사랑한다. 오늘 저녁, 북받친 마음을 가라앉혀야겠구나.”(멘델스존이 누이에게 보낸 편지 중)

독일 태생 작곡가 멘델스존은 여행을 좋아했다. 가난했던 여느 음악가와 달리 유복한 환경 덕분에 일생 동안 세계 각지를 마음껏 다녔다. 멘델스존이 특히 마음에 들어 한 곳은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로마였다. 그의 대표작인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는 멘델스존이 로마에 머물 때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교향곡 <이탈리아>는 작곡가가 이탈리아의 풍경, 사람들, 문화까지 모든 면을 접한 후 나온 작품이다.

교향곡 <이탈리아>는 거부할 수 없는 열정이 넘친다. 밝고 찬란하게 시작하는 1악장 도입부와 13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춤 ‘살타렐로’의 리듬이 소용돌이치는 4악장을 들으면 이탈리아의 밝은 태양을 절로 떠올릴 수 있다. 또 느린 악장은 순례자의 노래와 닮았고, 미뉴에트(17~18세기 무렵 유럽에 보급된 3/4박자의 무용과 그 무곡)는 따사로운 분위기가 일품이다.

이탈리아에 열광하던 멘델스존은 정작 ‘이탈리아 음악’은 좋아하지 않았다. 독일 음악에 비해 지나치게 밝은 데다 논리성이 부족한 점이 그의 성향에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음악가들이 하이든이나 베토벤 같은 독일 관현악 명곡들을 자주 연주하지 않는 점도 못 견뎌했다. 그래서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이탈리아 오케스트라와 합주하는 등 독일 음악을 이탈리아에 전파하려고 시도했지만 정작 단원들은 음악이 너무 어렵다며 불평불만 했다. 이탈리아인은 독일 음악을 어렵게 생각했고, 멘델스존은 이탈리아의 음악이 잡다하다고 느꼈다.

그런데도 멘델스존이 걸작 <이탈리아>를 작곡한 것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경치와 찬란한 날씨 덕분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탈리아의 예술 그 자체가 아니라 폐허나 경치 그리고 자연의 화려함 속에서 음악을 찾아냈다.”

멘델스존 특유의 화창함과 활기 가득해

느린 서주 없이 빠르고 화려한 음악으로 곧바로 시작하는 <이탈리아> 1악장은 환한 태양을 연상하게 한다. 대개 교향곡 1악장이 4/4박자나 2/4박자로 된 것과 달리 이 곡은 빠른 6/8박자여서 마치 춤곡 같다. 베토벤의 <제7번 교향곡> 분위기와 닮았다. 베토벤 역시 <제7번 교향곡>의 1악장을 6/8박자로 설정하고 경쾌한 리듬감을 강조해 마치 영국 옛 시골 춤곡인 ‘지그(Gigue)’와 비슷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멘델스존도 <이탈리아> 1악장에서 교향곡이 춤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멘델스존이 <이탈리아> 1악장에서 선보인 춤곡은 베토벤의 음악보다 좀 더 빠르고 발랄하고 멘델스존 음악 특유의 화창함과 활기로 가득하다.

2악장은 영국 초연 당시 독창적이라고 평가받았다.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의 2악장처럼 느린 행진곡풍이지만 마치 찬송가 같아서 엄숙한 예배를 연상하게 한다. 행진곡과도 같은 2악장 선율은 오보에, 바순, 비올라로 연주하는데, 고풍스러운 선율을 연주하는 특이한 악기 배합 덕분에 이국적인 색채마저 느껴진다.

3악장에서 멘델스존은 ‘스케르초’도 ‘미뉴에트’도 아닌 애매모호한 음악을 제시한다. 교향곡 3악장은 대개 보통 빠르기의 ‘미뉴에트’나 빠른 ‘스케르초’로 작곡되는 것이 보통인데, 멘델스존은 <이탈리아> 3악장에서 어중간한 템포로 유연한 멜로디를 선보이고 낭만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4악장은 멘델스존이 작곡한 음악 중에서는 꽤 격하고 긴박감에 넘치는 음악이다. 멘델스존의 작품들은 대개 지나치게 극단으로 흐르지 않는데 <이탈리아> 4악장만큼은 베토벤 교향곡 <제7번>처럼 격렬한 느낌을 전해 준다.

멘델스존은 4악장 악보에 ‘살타렐로’라고 적어 놓았는데, ‘살타렐로’는 13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추던 빠른 춤곡이다. 공중으로 빠르게 도약하면서 추는 춤이니만큼, <이탈리아> 4악장 앞부분을 들어보면 사람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는 느낌이 든다.

교향곡 <이탈리아>에서는 작열하는 이탈리아 태양의 열기가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매료된 영감을 음악에 고스란히 담은 멘델스존의 감성을 느껴 보는 가을이 되길 바란다.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부천문화재단 놀라운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54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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