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프레스코 기법으로 담아낸 예수 그리스도
기독 명화 감상하기

등록날짜 [ 2018-04-10 16:04:49 ]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A.D. 1387~1455)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표 화가다. 안젤리코는 프레스코화에 뛰어났다. 프레스코화란 벽화를 그릴 때 쓰는 화법의 하나로 새로 석회를 바른 벽에, 그것이 채 마르기 전에 수채로 그린다. 작품 속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심리묘사에 능했다. 그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스도를 그리기 위해 그리스도와 함께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그릴 때는 눈물을 흘렸고 그림그릴 때 자주 무릎을 꿇었다. 수도사였던 그는 르네상스 중심지인 이탈리아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벽면에 뛰어난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수도사답게 중세 미술의 전통 이념을 지키면서 표현 양식을 한 걸음 발전시켰다.

또 세밀화가답게 꼼꼼하게 묘사하면서 기교를 충분히 드러냈다. 주로 성경 내용을 그렸다. 제단화(祭壇)와 대형 작품들을 제작했다. 작품에서 보여준 풍경·구성의 혁신적 사용은 후기 르네상스 화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안젤리코 화풍(風)의 특색을 떠올리면서 그의 두 작품을 감상해 보자.



<사진설명> (왼쪽) 프라 안젤리코, <수태고지>, 1442~1443. 프레스코화, 194x194cm. 프라도 미술관.
(오른쪽) 프라 안젤리코, <산 위에서 복음을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 1442. 프레스코화, 204x207cm. 산마르코 박물관.
 

<수태고지>
이 그림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아들을 낳으리라는 소식을 전하자 마리아가 순순히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천사가 일러 가로되 마리아여 무서워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었느니라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눅1:30~31).

아름다운 꽃과 풍경 대신 엄숙하고 장엄한 건축물 내부에 자리한 두 인물의 자세는 경건하면서 부드러움이 넘친다. 마리아는 붉은 색 옷에 남색 망토를 걸치고 테라스에서 성경을 읽고 있다가 홀연히 나타난 천사를 보자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천사는 등에 날개를 달았는데 역시 정중하게 인사하고 있다. 가슴에 양팔을 포갠 마리아의 자세는 믿음과 순종을 뜻한다.

천사가 도착하자 그림 왼쪽 상단에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상징하는 ‘손’에서 금빛 광선이 쏟아져 대각선으로 마리아를 향한다. 이 빛은 하나님이 마리아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베푸신 은혜의 빛이다. 천사는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해 낳을 하나님 아들 예수가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자임을 일러주고 있다(마1:21).

왼쪽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겨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가죽 옷을 입었다. 붉은 옷을 입고 상반신만 보이는 천사가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지은 죄 때문에 하나님에게서 멀어져 지옥에 떨어질 인간이 장차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예수에 의해 구원받는다는 메시지를 한 작품 속에 멋지게 표현했다.

그림 한가운데 있는 가느다란 기둥 위쪽에는 이사야가 천사와 마리아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사야는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7:14)라고 예언한 선지자다. 그 아래 기둥머리에 제비가 앉아있다. 때가 봄이며, 이날부터 마리아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꽃과 녹음으로 빛나는 낙원(樂園)과 검소하지만 잘 정돈된 건물 내부를 배경으로 천사와 마리아가 만나는 모습을 풍부한 색채로 밝고 화려하게 표현했다. 화면 전체가 생동감이 흘러넘치고 구세주 탄생으로 인한 인류 구원의 소망을 낙천적으로 전해준다.


<산 위에서 복음을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
이 그림은 예수님이 산 위에 오르셔서 자기 주변에 둘러앉은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시는 모습을 그렸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가라사대”(마5:1~2).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마르코 수도원은 1437년부터 1452년에까지 재건됐다. 그 당시 프라 안젤리코는 기독교 정신을 드러낸 아름다운 프레스코 벽화를 남겼다.

이 작품은 벽화 중 하나로, 종교화 이념을 그대로 따르면서 표현 양식은 중세를 한 걸음 벗어나 비실제 요소를 줄이고 필수 요소만을 대상 삼아 사실성 있게 그렸다.

예수님은 산 위에 앉아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신다. 제자들은 둘러앉아 예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적절한 공간 질서를 갖추면서 영적 기운과 온화한 인품으로 부드러운 위엄을 드러낸다. 인물들은 초기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인 자기 확신에 찬 모습보다는, 겸허하고 순종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배경인 바위산 윤곽은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이 거칠고 험하다. 퍼져가는 바위 결 모양은 큰 원을 그리면서 화면에 역동감을 준다. 색조는 정제됐고, 맑은 단색조에 가깝다. 선(線)도 간결하다. 반면 후광을 한 제자들은 안정감 있는 질서 속에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윤곽, 옷의 빛깔과 주름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인물들은 부푼 감정을 누르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정적인 부드러움과 함께 그리스도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안젤리코는 경건한 자세의 인물들과 거칠고 험한 산세를 강하게 대비해서 보는 이의 관점을 예수님의 말씀에 집중시키는, 단순하면서도 정적인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함에 빠질 것 같은 이 작품은 이런 대비를 통해 예수님께로 시선을 모으고 깊은 믿음의 길로 이끄는 뛰어난 성화(聖)의 경지를 보여준다.



/박소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7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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