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화폭에 담긴 그리스도의 수난
‘기독 명화 감상’ 페터 파울 루벤스

등록날짜 [ 2018-09-28 12:56:50 ]

벨기에 화가 ‘페터 파울 루벤스’
극사실 기반한 플랑드르 화풍으로
예수의 고난 역동적으로 묘사해


독일에서 태어난 벨기에 화가 페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루벤스는 스물두 살에 독립 화가가 됐다. 1600년에는 이탈리아에 가서 마토바 공(公)의 궁정화가가 돼 8년을 보내며 회화 기법을 향상했다.

귀국 후, 알베르트 대공(大公)과 이사벨 대공비(大公妃)의 궁전화가로 임명됐고, 안트베르펜에 정주하면서 이탈리아에서 배운 전성기 르네상스, 바로크 예술, 플랑드르 전통을 융합했다.

루벤스는 다작하던 화가로 역사화, 종교화, 풍경화, 인물화 등 각 분야에 여러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에는 생기가 넘친다. 선은 힘차고 색채는 풍부하고 화려하며 구도가 웅대해 야성적·관능적 표현에 뛰어났다. 말년에는 풍경화에 열중했는데 이 시기에 색이 옅어지고 역동성이 느슨함으로 바뀌어 후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루벤스는 영국의 소설가 위다(Ouida, 1839~1908)의 동화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포함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관련된 작품을 다수 그렸다. 그중 두 작품을 감상해 보자.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모습을 그렸다. 루벤스는 대각선 구도에 따라 운동감 넘치는 인물들로 공간을 확장하여 깊고 강렬한 감정의 세계를 나타냈다. 이 그림도 대각선 구도를 취하여 북적거리는 수많은 인물의 움직임과 빛의 힘으로 공간을 화면 밖까지 끌고 가려는 역동감이 느껴진다.

<사진설명> [페터 파울 루벤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그리스도」(1634, 목판에 유채, 74x55cm,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로마 기마병을 뒤따르며 언덕을 오르던 예수님은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진다. 이 모습을 보며 애처로워 황급히 손을 내미는 어머니 마리아를 옆에 있던 요한이 부축한다.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가시관에 찔려 피 흘리는 예수님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 주며, 구레네 시몬이 예수님이 쓰러지면서 내리누르는 십자가를 힘을 다해 받치고 있다. 그림 아래쪽에는 두 강도가 묶인 채로 로마 병사들에게 끌려간다. 아기를 안은 예루살렘 여인들이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음산한 하늘, 소란스러운 행렬 속 수많은 인물의 동작과 다양한 표정, 근육질의 인물들과 기진하여 쓰러진 나약한 예수님의 대비 같은 요소들이 하나의 무대가 되어 강렬하고 극적인 세계를 연출하면서 예수님의 수난을 우리 마음에 새긴다.


<십자가를 세움>

<사진설명> [페터 파울 루벤스]   「십자가를 세움」(1610~1611, 캔버스에 유채, 462x300cm(중앙), 안트베르펜 성모마리아 대성당)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를 세우는 장면을 그린 세 폭 제단화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루벤스는 거대한 화면 위에 많은 인물을 배치하고 대각선 구도 속에 밝고 다양한 빛과 색채를 완숙하게 사용해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깊이의 감정 속으로 몰입시켰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예수님 주위로 십자가를 세우려는 근육질의 인물들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을 이기려고 알몸에 가까운 몸을 뒤틀고, 하나님을 찾는 눈길은 하늘을 향한다. 십자가를 세우는 로마 병사들과 사형 집행인들이 서로 힘을 모으는 동작에는 육체적인 풍만함이 넘친다. 왼쪽의 갑옷 입은 병사의 시선만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예수님의 시선을 뒤쫓고 있다.

서로 뒤엉킨 육체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불안정한 삼각 구도를 이룬다. 점점 창백해지는 예수님의 육신과 병사들의 혈색 넘치는 육체를 능숙한 채색으로 구분 짓는다. 십자가의 형틀, 뒤틀린 나무의 잎들, 병사의 갑옷, 곱슬머리 개의 세부 묘사는 플랑드르 화파의 전통적인 사실적 기법을 그대로 따른다. 놀랍게도 이러한 여러 요소가 하나로 통합된다.

거침없는 붓놀림에 다각선 방향으로 뻗어가려는 운동감이 넘치고 빛과 어둠이 대립하는 가운데 인물들의 각기 다른 동작이 서로 어우러져 화면에서 극적인 힘을 분출하고 있다. 어떤 작가에게서도 볼 수 없는 규모나 구성의 웅대함과 비장함이 넘쳐흘러 성화의 면모를 일신한다.


/김찬미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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