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키

등록날짜 [ 2006-02-27 14:30:33 ]


17년 전, 해양대 통신과에 재학 중이던 나는 대만 북부의 기륭 항까지 항해 실습을 나간 적이 있다. 3천 톤급의 배는 400명의 실습생을 태우고 출항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갑자기 배가 심하게 요동쳤다. 계절풍을 만난 것이다. 갑판으로 나가보니 집채 만한 파도가 10m가 넘는 배의 꼭대기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선내방송은 계속 긴급 상황을 알렸고, 동료들은 무서움에 떨며 저마다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나도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배를 집어 삼킬 것 같던 광폭한 파도는 다행히 아침 해가 떠오르자 잔잔해졌다. 오랜 세월 흘렀음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때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서 배가 침몰되지 않고 방향을 잘 유지하며 견딜 수 있었던 건 지극히 작은 키가 자기 역할을 잘해 주었기 때문이다. 배를 최종의 목적지까지 선장의 뜻대로 운전해 가며, 위기 상황에서도 배를 보존하는 것이 키의 기능이다.
우리 인생의 항해에도 마찬가지로 키가 중요하다. 지극히 작은 세치 혀가 인생의 항해를 좌지우지할 때가 많다. 절망하며 낙심될 때 혀가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하고, 영영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혀는 비방하며 분리하는 자에게는 저주의 열매를, 화평케 하는 자에게는 축복의 열매를 거두게 하는 인생의 중요한 키인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8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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