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입의 자존심

등록날짜 [ 2006-12-12 15:15:05 ]

초등학교 1학년 우리 반에 자폐아인 희야(가명)가 있다. 희야는 ‘엄마'라는 말도 분명하게 못한다. 그런데 신기하게 엄마는 그의 말을 다 알아듣고 의사소통이 된다. 희야는 물을 마시고 싶으면 친구 책상 위에 놓인 물병을 낚아채듯이 가져가 마신다.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니 친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주먹으로 때리면 끝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행동했지만 이제는 입모양을 보고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잘 지낸다.
하루는 내가 동료 선생님들께 “나 응답받았다"고 말했더니 무엇이냐고 묻는다.
“오늘도 내 생각과 감정을 말할 수 있게 하시고, 남의 말을 잘 들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라고 기도했더니 오늘도 말할 수 있었고 무사했거든요."
선생님들은 시시하다는 듯 웃어 넘겼지만 나는 희야를 보며 내 생각을 정확히 말할 수 있음이 감사하고, 희야가 아무 말썽 없이 반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것 또한 감사하다. 즉시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오늘도 감사한다. 가끔 입에 게거품을 물고 남을 헐뜯고 싶어도 내가 용서하며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 입을 지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며, 살아 있는 입의 자존심을 지켜본다.
“하나님 아버지가 말하게 하심에 따라 말하게 하시고, 아버지가 제게 말씀하시듯 아이들에게 말하게 하소서"
희야를 내 옆에 두심이 나를 훈련하심임을 알면서 겸손하게 무릎 꿇어 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10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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