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의 부재가 준 교훈

등록날짜 [ 2007-02-06 16:29:41 ]

“도대체 오른손이 잘하는 게 뭐야?”
며칠 전 왼손에 깁스를 한 필자의 입에서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말이다. 립스틱 돌리기, 문고리 열기, 젓가락질하기 등 아무것에도 정답은 없다. 안 믿기거든 한 번 해보시길. 그동안 으레 오른손이 하는 일인 줄 알았던 많은 일들이 왼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라는 데 새삼 놀랍다. 눈이 어두우면 온 몸이 어둡다는 말도 안경 낀 내게 절절한데 왼손이 없음이라니! 청결이니 위생이니 품위유지(?)까지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예 엄두도 못 낼 일이야 그렇거니 한다지만 삶의 70프로가 매사에 서툴고 미숙하다. 머리가 나쁘면 손과 발이 고생을 한다지. 왼손이 없으니 오른손의 고생이 막심하고 몸도 대접을 못 받는다. 게다가 입도 즐겁지 못하다고 구시렁댄다. 오, 오른손의 참담함이여! 너 어찌 그리 멍텅구리 같은지. 오른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며 왼손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본다. 더불어 우리가 그리스도의 한 지체라는 말을 곱씹어본다. 그가 상심했을 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실족했을 때, 상처 입고 울 때, 궁색함을 느낄 때, 피곤에 절어 예배 할 때, 내 손은 무엇을 했던가. 따뜻한 말 한 마디, 정다운 손 길 한번으로도 충분히 위로와 힘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내 발의 티눈이 얼마나 성가신지, 손톱 주위의 가시랭이는 또 어떤가. 냉정하게 ‘나’를 돌아볼 시간을 주심에 감사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10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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