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등록날짜 [ 2007-02-22 09:40:31 ]

지난 달 금강산에 다녀왔다. 금강산 관광 초기인 99년 다녀온 뒤 8년 만의 금강산 관광이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2005년부터 육로관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99년에는 동해항에서 풍악호를 타고 공해상으로 나갔다가 하룻밤을 항해해 고성항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강원도 고성으로 가서 육로로 40분 정도 달려 온정각에 도착했다. 당시에는 주간 관광을 마치면 밤에는 다시 배로 돌아와 숙식을 해결했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이 외금강 호텔에서 머문다. 외금강 호텔은 예전 금강산 여관을 리모델링한 것인데 호텔 직원들은 외금강 호텔이 북측 고위인사들의 단골 시찰 장소라고 한다. 북측이 버려두다시피 했던 금강산 여관이 최고급 호텔로 거듭난 사실에 굉장히 놀라며 남측의 사업능력에 은근히 놀라는 눈치라는 게 호텔 직원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북측 안내원들의 태도였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무렵 북측 안내원들의 얼굴 표정과 태도는 대단히 엄격했고 경직되어 있었지만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산행을 하는 곳곳에 북한 특산물을 진열해놓고 남측 관광객들을 상대로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생경하기까지 했다. 어지간한 이야기도 받아주었고 때로 직접 찾아와 말을 건네며 바깥 세상 이야기, 남쪽 이야기를 묻기도 하는데 대화가 비교적 자유롭고 부드럽게 이뤄졌다.(하지만 여전히 북한 체제와 사상 등에 대한 민감한 이야기는 여전히 위험하다.)
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금강산에 다녀온 사람은 140만 명이 조금 넘는다. 북한의 시장경제에 대한 무지와 퍼주기 논란 속에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금강산 관광은 개성공단 사업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남북 경제 협력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해 말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면서는 금강산 관광의 지속 여부를 두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금강산 관광의 의미를 반감시키지는 못했다.
금강산 관광이 주는 의미라면 우선 남북한 사이 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발생한 남북간 긴장완화 효과를 들 수 있다. 반세기 넘게 살벌한 대치상황이 계속되던 남북한의 비무장지대를 무장한 군인들이 아닌 민간 관광객들이 오가는 것 자체가 측정하기 힘든 긴장완화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적대적 대립관계 속에서 작지만 남북은 금강산 관광에서 협력적 동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금강산은 북한의 개발과 시장경제 도입 등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해내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북한에 대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학습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을 촉진시키고 장기적으로 통일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남북한 사람들 사이의 상호 이질감 해소의 돌파구라는 점이 아닌가 싶다. 독일과는 달리 전쟁을 겪으며 적대감이 극대화된 남북한 사이에 금강산 관광은 적대감과 이질감 해소의 장이 되고 있다.
북한은 극도로 폐쇄된 사회이다. 2002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많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다녀오고 있지만 아직 제한적이다. 대부분 북한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전문가를 자처하며 한마디씩 거들지만 북한의 대남인식만큼이나 대북인식 역시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통일과 민족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싶다면 북한 주민들의 정서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통일에 어떠한 역할을 할지를 고민해보는 성의쯤 보여야 하지 않을까?

위 글은 교회신문 <10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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