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해 노력하자
- 아프칸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

등록날짜 [ 2007-08-15 13:52:34 ]

지난 7월 19일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 인질 억류가 벌써 3주를 넘으면서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이 사건은 정권재탈환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외국인을 납치하여 아프칸 정부에 타격을 주려던 탈레반의 전술적 의도 때문에 발생했다. 정황을 보면 애초 치밀하게 한국인납치를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우연히 버스로 이동하던 한국인들이 탈레반의 먹잇감으로 선택된 듯하다.
설사 한국인들이 아니었어도 외국인 납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아프칸은 극도의 혼란과 치안부재에 빠져 있다.
이제 인질들의 석방은 전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들이 선교활동 때문에 납치되어 국가적 손실을 가져오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다고 비난하는 소수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인들이 코란을 불태우는 동영상을 의도적으로 배포하여 이슬람권을 자극하거나 대책 없는 특수 부대파병을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는 군사력에 의존하는 미국의 세계질서 재편이 무조건 옳다거나,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 상관없이 세계 평화만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고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이라크 전쟁부터 소말리아, 아프칸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개입이 더 많은 테러와 저항을 부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미국이나 미국의 지원을 받는 현지 정부가 악이라 가정한다고 해도 그것에 맞서기 위해 사람 목숨을 수단으로 삼는 탈레반식의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악으로 악에 맞서는 것은 아무리 선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도 윤리적으로 지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종교적 이념의 실현을 위해 살인과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는다면 그 종교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억압의 도구일 뿐이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고 종교적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위한 행동도 사랑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더불어 인질사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삐뚤어진 시각에도 혹시 탈레반과 같은 극단적 선악의 이분법과 집단주의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은지 반성할 일이다. 누구 말처럼 피랍자들이 아프칸에 가지 않았다면 애초 인질사태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프칸 같은 가난한 나라의 전쟁고아들과 빈민들을 외면하고 돌보지 말라는 것은 우리만 잘살면 남은 상관없다는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진정으로 세계 평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구호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전쟁과 폭력을 종식하고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노력들을 한층 경주해야 한다. 세계 평화는 거저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을 도우려는 자의 자세도 중요하다. 사랑을 베풀기 위해서는 도움 받는 이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며, 상대가 이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비둘기의 순결함뿐 아니라 뱀의 지혜를 동시에 갖추라는 게 제자들을 파송하면서 예수가 남긴 명령이다.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이 하루 빨리 가족과 상봉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116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