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재는 막대자

등록날짜 [ 2008-05-27 14:09:19 ]

1986년도 초여름, 홍제동 문화촌에서 버스를 타고 삼각산 능력봉(보현봉)을 향했다. 정상에서 금식하며 기도하던 중 세미하게 주님을 인식할 수 있었다. 주님께서 “네 삶을 재어보자”고 말씀하실 때 나는 두려움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수년 동안 주일학교, 중고등부, 청년회 교사와 부장으로 봉사했고, 남전도회장으로도 교회의 크고 작은 일에 앞장섰으며, 재정위원으로도 봉사했다. 교회가 부흥하면서 옮길 때에도 단독 주택을 주님께 드리고, 회계집사로서 교회 재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사적으로 빚을 내어서라도 충당하며 열심히 교회 살림을 해온 터였다. 나 스스로도 성도들의 본이 될 만큼 신앙생활을 잘한다고 자부하던 때라 주님 앞에서도 두려움이 없었다.
“네가 주를 위해서 어떻게 살았느냐?” 하실 때, 나는 서슴없이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드리면서 열심히 봉사했다고 하였다. “네가 땀 흘려 수고하여 번 돈을 주를 위해 아낌없이 쓴다고 하였지? 그런데 너는 돈 벌어서 네 살림살이 하고 자녀 가르치고 먹고 살았지 언제 나를 위해서 썼느냐”고 꾸중하신다. 또, 주님은 쉬지 말고 기도하라 하였는데 기도했느냐, 범사에 감사하며 살았느냐,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복음을 전했느냐는 등, 끝없이 물으실 때에 억장이 무너진다. 또 주님께서는 “네가 십일조를 하였으나 그 십일조도 결국 네 영혼의 양식을 위하여 교회를 세우고 목자를 세워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하고 영적인 생활을 하도록 사용되었으니 결국 너를 위하여 쓰이지 않았느냐, 그러니 네가 주를 위해 살고 주를 위해 돈 번다는 말이 타당하냐”고 반문 하신다. 주님은 “네가 주를 위해서 봉사한다고 하였지? 하지만 내가 너를 위하여 봉사했다” 하시며 말씀하신다. “네 죄를 내가 대신 짊어지고 모진 고초당하면서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음으로 죄 사함 받게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내가 너를 섬기고 봉사하였지, 어찌 네가 나에게 봉사했다고 할 수 있느냐” 하신다.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주를 위해 살았는지 너를 위해 살았는지 이 막대자로 재어 보자” 하신다. 얼핏 보니 막대자는 1m 정도 되어 보였고 눈금이 새겨져 있었다. 주님은 “이 막대자의 길이가 네가 살아온 세월이라 하자” 하시고, “네가 잠을 자는 시간은 주를 위해서 일하지 않았으니 빼자” 하시더니 삼분의 일 정도의 눈금을 빼내신다. 또 주를 위해 충성할 수 없었던 유아 때부터 고등교육을 받았던 대부분의 시간을 빼내니 또 삼분의 일 정도가 줄었다. 그리고 성장하여 가정과 자녀들을 위해서 먹고 살려고 사용한 시간을 빼고 나니 눈금이 거반 없어지고 아주 조금 남았다. 나는 초조하고 두려웠다. 주님은 “네가 열심히 봉사하고 나서 성도들이 알아주고 강단에서 칭찬할 때에 기분이 좋지 않았느냐? 이 땅에서 칭찬받고 대접받은 것은 하늘나라에 없으니 뺀다”고 하실 때에 울음이 왈칵 쏟아졌다. 그러면서 네가 온전히 주를 위해 사용한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하실 때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주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주님을 만나고 보니 다 나를 위해서 살았을 뿐 주를 위해서 산 것이 없었다. 그나마 조금 주를 위해서 일한 것은 성도들에게 칭찬받고 강단에서 광고해 주어서 하늘의 상급은 없어지고 빈털터리인 초라한 내 모습을 보며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 미어지는 아픔 속에서 말세에는 내 영혼을 인도하는 목자를 잘 만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절실히 깨달아졌다. 그 이후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영적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윤석전 목사님을 만나 하늘의 상을 잃지 않는 영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무한 감사할 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3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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