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처처에 지진과 전쟁, 그리고 종말론

등록날짜 [ 2010-03-17 09:25:20 ]

다양한 형태의 파괴 곳곳에서 나타나는 요즘
때가 가까울수록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올 들어 규모 5.0을 넘는 대형 지진들이 빈발하고 있다. 1월 12일 아이티 7.0의 강진을 시작으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수천 개에서 2~3만 개 파괴력을 가진 지진들이 지구 전역을 강타하면서 전 세계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가까이는 지난달 27일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고 같은 날 남미 칠레에서는 8.8의 강진과 지진해일이 덮쳤다.

다음 날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서 규모 5.7, 인도네시아에서 규모 5.2 지진이 났다. 또 이달 2일에도 필리핀 북단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인근에서 각각 규모 6.1과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4일에는 규모 6.4짜리 지진이 대만 남부를 덮쳤고 서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근해서 규모 6.4 강진이 발생했다. 또 5일 밤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6.5의 지진이, 8일 새벽에는 터키 동부에서 6.0의 지진이 났다. 앞서 언급한 지진들보다 파괴력이 약해 간과됐지만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접경에서는 지난달 21일 규모 4.6, 27일 캐나다 퀘벡 주에 3.9의 지진이 나는 등 지진은 전 세계에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고 있다. 이 밖에도 규모 5.0 이하 지진들이 더 많이 있지만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지진들이 많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는 지난해 60회 지진이 관측돼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평균 41회를 크게 상회했으며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 아니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많은 사람은 지진을 종말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고, 과학자들은 지진 다발이 역사적으로 볼 때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며 불안감과 공포를 누그러뜨리려 하지만 종말론을 완전히 불식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지진은 파괴력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발생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판구조론에 의거해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남미판 등 큰 판과 작은 판들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지진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설일 뿐 지진의 원인을 속 시원히 알려주지는 못하고 있다. 원인을 정확이 할 수 없으니 예측도 정확하지 못하고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저 능력 범위 안에서 대비만 할 뿐이다.

양상은 크게 다르지만 지진과 가장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 뜻밖에도 전쟁이다. 어느 한 국제정치 학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진이 난다면 그 지진에서 승자는 누구인가?” 이 학자는 20세기 이후 일어난 전쟁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진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 우스운 것처럼 이제 전쟁에서도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지진과 마찬가지로 전쟁에서도 정도가 다를 뿐 다양한 형태의 파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가 등장한 이후 전쟁은 상호 공멸을 의미하게 되었다. 더구나 재래식 무기들 역시 파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져 굳이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향후 대규모 전쟁에서는 전승국도 승리를 주장하기를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쟁도 역시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수도 없이 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역사를 거쳐 간 수많은 학자와 연구자들이 전쟁의 원인을 탐색했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전쟁의 원인을 파괴적인 인간 본성, 혹은 호전적인 국가의 성격, 무정부적인 국제체제 등에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있지만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해답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진이든 전쟁이든 원인을 찾으려는 것은 예방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전쟁과 지진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지만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지진과 전쟁을 겪어오면서 수많은 분석 자료와 경험이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원인 파악도 못 하고 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길까, 어떻게 하면 지진피해를 다른 나라보다 혹은 남보다 덜 입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더 급급해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다. 물론 지식이 더 발전해서 전쟁과 지진의 원인을 밝혀내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그때 가서 지식을 적용시킬 능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진과 전쟁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인 원인도 파악하지 못할 만큼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지닌 인간이 현 상황이 종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우스워 보인다. 사람의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이 다른데다 7,80년 짧은 세상을 살다가는 인간이 수백 년, 수천 년을 앞뒤로 잰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하다. 물론 현 세계정세가 성경이 묘사하는 종말 상황과 유사해 보이지만 지금이 종말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는 때가 수상할수록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분투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위 글은 교회신문 <18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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