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오뚝이 기도는 그만!

등록날짜 [ 2023-05-19 14:20:53 ]

내 10대 시절을 돌아보면, 누구나 그렇듯 성인이 된 지금에 비해 순수했고, 또 한편으론 서툰 점도 많았다. 고등학교를 들어간 그해, 하나님께 무언가 응답 받기를 간절히 바라며 올려 드린 내 생애 첫 금식기도를 떠올려 본다.


사흘 동안 금식하면서 기도하려고 마음먹은 첫날. ‘앗! 이런….’ 과자 한 조각을 생각 없이 집어 먹은 탓에 그날 금식기도는 수포로 돌아갔고, 작정한 기도 날짜가 하루 더 추가되었다. 몇 그램 되지도 않을 과자 한 조각 탓에 실패하자, 하루 동안 금식하며 기도한 것이 얼마나 아깝던지….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더 간절히 기도하려고 했다.


당시 학교에서 우리 교회까지 오려면 차를 타고 가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교회까지 오가느라 기도할 힘을 다 써 버릴 듯해, 학교를 마친 후 인근에 있는 교회로 발걸음을 급하게 옮겼다. 그런데 담임목사님께서도 젊은 시절 상경해서 기도할 교회를 찾느라 무척 고생하셨다는 일화처럼 내가 향한 교회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아! 주여….’


그러나 기도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에 눈에 띈 교회 직원 분께 무작정 달려갔다. “기도하고 싶은데 문 한 번만 열어 주세요!” 울먹이는 여고생의 부탁을 듣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직원 분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감사하게도 다락방 같은, 아니 창고 같은 방 한 칸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기도를 시작한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몇 분 정도면 기도를 다 했으리라 생각했는지, 직원께서 “기도 다 끝났죠?”라고 묻는 것이었다. ‘이제 시작인데요?’ 툭 튀어나오려는 마음의 소리가 입안에서만 소심하게 맴돌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교회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그 당시 느낀 알 듯 모를 듯한 서러움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건 아마 24시간 기도할 수 있는 우리 교회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10여 년 전 일을 떠올리며 오늘의 나는 요한성전에서 기도한다. 그런데 그 시절 같은 간절함은 시들어 버린 것일까. 오뚝이 인형처럼 몸은 앞뒤로 왔다 갔다, 중얼중얼하는 말과 방언 그 사이 어디쯤의 언어로 중언부언하다가 ‘아뿔싸! 나 지금 뭐 하니?’ 정신줄을 다시 잡아 본다.


학창 시절 기도하기를 사모하며 기도할 곳을 찾아 헤맨 것은 비단 10대의 패기나 객기가 아니었다. 내가 주를 처음 만났을 때 기도하려는 열정과 감사가 얼마나 컸던가! 주께서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시자 기도할 수 있는 오늘의 이 시간과 이 복된 환경에 큰 감사가 밀려왔다.


‘하나님! 마음껏 기도할 수 있는, 24시간 열려 있는 복된 교회를 만나게 하심에 감사해요! 여전히 그 감사를 잊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기도할 수 있는 환경과 건강 그리고 시간을 주심에 감사를 고백하다 보니 어느새 기도의 사모함이 조금씩 찾아온다.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회’ 기간도 벌써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와 같은 제2의 기도 오뚝이가 있다면 얼른 감사를 회복해 진실하게 기도합시다! 주님이 응답하고 회복하실 것입니다!



/한민지
(88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79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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