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등록날짜 [ 2005-11-09 10:29:10 ]

“목사님이 제일 속상할 때가 언제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네가 예배 안나올 때 제일 속상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목회자만큼 ‘빈자리’에 민감한 사람이 또 있을까? 교회를 개척하고 채워질 듯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의 안타까움,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성도가 남긴 빈자리가 주는 허전함은 목회자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다.
그동안 나의 목회에도 수많은 빈자리가 있었다. 그 빈자리들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내 가슴 속에 크고 작은 상처가 되어 고스란히 남아있다. 목회자는 예배 때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빈자리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 한다. 빈자리는 목회자가 평생 지고 살아야 할 영혼에 대한 부담감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큰 교회를 지었으니 빈자리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궁동 대성전을 건축 한 후 ‘빈자리’에 대한 부담감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궁동 대성전을 허락하신 것은 그 자리를 죽어가는 영혼들로 채우겠다는 우리의 믿음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기에 ‘지금의 빈자리는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와 사명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위기감 때문이다. 빈자리 하나하나가 하나님과의 소중한 약속의 자리이며 주님의 목숨과 맞바꾼 한 영혼의 자리라고 생각한다면 빈자리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목숨 걸고 채워야 할 충성의 목표이기도 하다.
오늘도 듬성듬성 보이는 빈자리는 절망 속에서 아우성치는 영혼들의 갈급한 목소리가 되기도 하고, 나를 향해 무섭게 호통 치는 주님의 강한 질책의 소리가 되기도 하고, 나태해진 목회의 경종을 울리는 경계경보가 되어 내 심령을 뒤흔든다. 주여! 하나님의 품을 떠나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이웃들의 영원한 보금자리로서 연세중앙교회가 항상 그 자리에 있게 하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7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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