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돈이 최고가 된 세상

등록날짜 [ 2013-01-15 11:26:06 ]

어떤 이유이든 돈은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어
경제적 부유보다 신앙을 우선시하는 지혜 필요

지난주 교과부가 전국 학생 약 2만 5000명을 설문조사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자못 충격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학생 52.5%는 ‘인생에서 가장 추구하고 싶은 대상이 돈’이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의 이런 대답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졌지만, 초등학생 38.3%도 돈을 최고로 꼽았다고 한다. 반면 봉사는 5.7%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또 흥사단에서 초중고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윤리의식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는데, 고등학생 약 44%가 만약 10억이 생긴다면 전과자가 되어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좋다고 답했다고 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감옥의 고통을 감내하면서라도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충격적이다. 학생들 생각이 이렇다 보니 장래 이상도 위인전에 나오는 그런 훌륭한 삶이 아니라 의사, 공무원, 사업가 등 돈과 관련한 것이 많았다.

이런 결과들은 충분히 예상한 바여서 놀랍기보다는 그저 멍하고 답답해 가슴을 친다. 한창 꿈을 키우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며 삶의 가치를 세울 나이에, 돈이 인생의 목표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삭막한 현실을 과연 누가 만들었나? 대학에서도 자신의 적성이나 인생관 실현보다는 직업적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고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런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많다.

돈이 최고가 된 세상은 삶을 왜곡할 뿐 아니라 사람 관계도 비틀어지게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희생을 마다치 않고 숭고한 가치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만족과 상관없이 실패한 인생으로 간주되고 비웃음거리가 된다. 그리고 돈을 벌려면 남을 속일 수도 있고 남의 것을 빼앗거나 심지어 해를 끼쳐도 된다는 물질만능주의 사고가 팽배하다 보면, 결국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돈이 인생의 절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돈을 신처럼 숭배하는 태도가 윤리적으로 문제이기도 하지만, 돈은 행복을 위한 최소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돈이 많다고 행복도가 다른 사람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 연구에 따르면 일정 수준까지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행복도가 증가하지만, 대략 500만 원을 기준으로 더는 돈이 행복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500만 원 이상을 벌면, 그 후로는 사람 관계, 인정, 명예 등 다른 가치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더 많은 돈을 벌려면, 그만큼 시간이나 정력을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잃는 것이 많아서 나중에 가서는 이로 말미암아 불만도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불행의 주원인은 돈이 부족하거나 물질적 결핍에서 비롯하기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상대와 자신을 비교하고 사회적 체면에 얽매이는 것이다.

문제는 물신주의와 돈을 최고 목표로 삼는 세태가 오늘날 세상은 물론 교회에까지 침투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헌금을 횡령하고, 교회들에 사기를 치거나 손해를 끼치고, 교회를 경품처럼 사고팔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교회는 더는 하나님께서 함께하는 교회라 할 수 없다.

성경은 여러 곳에서 돈에 대해 경고하고, 돈과 하나님을 겸해서 섬길 수 없다고 강조한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6:10). 돈을 사랑하다 보면 결국 신앙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스스로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는 말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 안에 팽배한 맘몬, 즉 물질숭배 사고를 벗어나 영혼의 때에 좀 더 가치를 두자. 그리고 행복은 돈이 아니라 다른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치고 세상에 보여주자.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2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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