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의 4차 핵실험, 새로운 핵 국면

등록날짜 [ 2014-05-28 09:26:51 ]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당장에라도 핵실험을 할 조짐이 한미 정보당국에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핵실험 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정보당국이나 북한 전문가들, 연구기관들 모두 혼선을 빚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제거했다를 반복하자 예측도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핵실험이 당장 임박한 분위기 속에 북한은 지난 4월 29일 ‘핵실험 선언에는 시효가 없다’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언제 핵실험을 할지 혼란만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여부를 두고 여느 때보다 북한과 관련국들의 신경전이 더 팽팽한 이유는 4차 핵실험의 성격 때문이다. 1, 2, 3차 핵실험도 국제사회에 큰 충격과 파장을 던졌지만 4차 핵실험은 지금까지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4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달성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확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탄두 소형 경량화에 대해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분위기에 변화가 있음이 감지된다. 미국은 북한의 ICBM 공격에 대비한 예산까지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 경량화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조치다.

또 북한이 3월 30일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이 무엇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은 플루토늄탄으로 이뤄졌다. 3차 핵실험이 고농축 우라늄탄이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에서는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의 폭발실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초보적인 수소폭탄 실험을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핵폭탄 기술이 정교해지고 폭발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성공하고 노동이나 스커드 미사일에까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되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더는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는 동북아의 핵도미노라는 악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금기시해 오던 핵보유 주장이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점점 설득력을 얻게 될 수 있다. 이는 재무장을 꾀하며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핵무장까지 나서게 된다면 중국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3차 핵실험 때와는 또 다르다.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4월 28일 주요 언론사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중국은 유례가 없는 고강도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보도했다. 중국의 북한통, 왕이 외교부장은 이달 26일에서 28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31일 싱가포르에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앞둔 터라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핵실험에서 보듯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동신문은 지난 4월 26일에도 “(핵 개발이라는) 자주적 권리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적대세력의 도전에 초강경으로 단호히 맞받아 나갈 것”이라고 했고 이는 지난 20년 넘는 핵위기 기간에 변하지 않은 북한의 입장이다.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마친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고 정권 안정을 다지는 최적의 시기를 선택해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양시위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은 물론 5, 6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서 핵 긴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북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8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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