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사고를 예방하는 능력

등록날짜 [ 2014-07-28 16:50:14 ]

커다란 문제 속에는 언제나 작은 문제가 존재해

불법을 조장하는 씨앗부터 해결하는 노력 있어야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안 처리에 막판 난항을 겪고 있다.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를 두고 여야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희생자 피해보상을 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려면 진상조사가 제대로 돼야 하는데, 이를 원활히 진행하도록 최선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필요한 진통 과정이라 생각한다. 대형 참사 발생에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가 기인한 바가 커서,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어느 사회든지 문제의 징후를 포착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역시 세월호 이외에 각종 사건과 사고를 보더라도 이미 일이 터진 후에야 법적 처방을 하고 법 집행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어찌하겠는가. 사후 약방문 격이더라도 사회 안전망을 보완해서 재발을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삶의 질 향상을 논하는 시대다 보니, 재난 대비나 치안 면에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가장 기본이 된다. 위험인자인 ‘깨진 유리창’이 있다면 반드시 보수하고 정비해야 문제를 키우지 않는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1982년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것으로, 건물에 깨진 유리창이 있을 때 이를 내버려두면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지고 결국 누군가 침입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린 후에 치우지 않으면 더 많은 쓰레기가 쌓여 주변이 오염지대로 전락한다는 이치다. 사소해 보이는 잘못, 위반, 침해행위가 발생했을 때,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결국 더 큰 위법행위로 이어진다.
 

이러한 원리에 착안해 1994년 뉴욕시는 중범죄의 온상이 된 뉴욕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불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했다. 지하철에 어지럽게 도배된 낙서를 지우고, 무임승차, 쓰레기 무단 투기, 사소한 질서 위반 같은 경범죄도 ‘무관용 원칙’(법규를 엄격히 집행·적용하여 정상참작 없이 처벌한다는 원칙)으로 철저히 단속했다.
 

1980년대 뉴욕시에서 발생한 연간 중범죄 수십만 건 중 90% 이상이 지하철 범죄였다. 뉴욕시는 남들이 터무니없다고 비웃었는데도 5년간 지하철 차량의 낙서 6천여 개를 줄기차게 지웠고, 그 결과 살인범죄가 50% 이상 감소하고, 지하철 범죄는 75% 이상 급격히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뉴욕 지하철 자문위원이 된 조지 켈링은 “낙서는 지하철 시스템 붕괴의 상징이다”고 주장하며 ‘깨진 유리창 이론’을 실천에 옮기라고 선도했다.
 

우리 사회에 안전을 훼손하는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하려면 사소해 보여서 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 표면에 떠올랐지만 대수롭지 않아 방치하는 문제, 즉 안전시스템을 좀먹는 원인자인 ‘깨진 유리창’이 무엇인지 짚어내야 한다.
 

미국 경영학자인 H. 하울리는 “커다란 문제 속에는 언제나 작은 문제들이 있다”고 했다. 그 작은 문제가 뉴욕 지하철의 ‘낙서’와 같이 불법을 조장하는 자양분이 아닌지를 분석하고, 이를 제거하고 고쳐 나가면 큰 문제로 치닫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깨진 창문을 제대로 보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의 싹을 키우지 않도록 법의 허점을 찾아 적극 보완하고 사회안전망을 정비·강화해야 한다. 위반행위는 기본적인 법치에 따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집행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국회와 정부 그리고 관계 기관에서는 국민이 안전감을 만끽하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사회 환경을 견고히 구축하는 일에 각고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 문심명

국회사무처 재직

제2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9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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