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하나님을 믿는 이유

등록날짜 [ 2014-10-29 13:05:15 ]

신앙을 갖는 이유는 이치에 맞아서가 아니라

절대 불가능한 일을 전능자로 해결하기 위함

 

필자의 전공이 철학이라 인문학 강연을 자주 다니다 보니 가끔 식사 자리에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본 분들이 “어떻게 가장 비판적인 학문을 하시는 분이 신앙을 가질 수 있나요?” 하고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철학은 모든 이론과 주장을 철저하게 회의하고 의문에 부쳐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때만 진리로 받아들이라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앙은 보이지도, 증명할 수도 없는 신을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보면 비합리성의 전형이다. 그래서 신앙과 철학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 같다. 더구나 많은 사람이 한국 기독교인이 이성적인 것과는 철저하게 담을 쌓는다고 믿기 때문에 나처럼 신앙을 가진 철학자를 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자주 철학자 파스칼이나 키르케고르에 얽힌 일화를 들면서 신앙을 갖는 이유를 설명한다. 신앙과 이성이 양립할 수 있는 것은 둘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에 관한 주제는 중세 이후 철학자들이 가장 많이 다뤘다. 철학자들은 가장 선하고, 가장 전능하며, 가장 완전한 존재인 ‘신’ 개념을 가정하면서 여러 방법과 논리로 이를 증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 이성은 기본적으로 언어적 한계를 지닌 개념과 논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초월적 존재인 신을 그 자체로 드러낼 수 없다.

 

근대 합리론의 시조인 데카르트는 이성적 논변을 동원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시대 사람인 파스칼은 이런 태도를 비판하면서 아브라함, 이삭의 하나님과 철학자들이 가정하는 신은 아주 다르다고 말한다. 실존철학자 키르케고르도 절대적 존재인 신을 만나는 것은 실존적 결단이지 논리와 증명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신앙을 갖는 것은 이치에 맞아서가 아니라 키르케고르의 말처럼 인간이 숙명적으로 안고 있고 해결할 수 없는 불안에서 벗어나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망 때문이다.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부조리와 문제를 접할 때 인간의 이성과 능력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느낄 때가 많다. 때로 학문과 과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많은 실존적 경험을 하곤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수시로 재해가 발생하고 각종 사고로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정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 해 국민이 의지할 데가 없는 불신 사회에서 산다면 개인의 고통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우리는 절망과 무기력 속에서 세상이 주지 못하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초월적 존재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온전하게 실현하기 위한 전향적 모습이다.

 

필자의 유학 시절, 아내가 급성뇌수막염에 걸려 식물인간이 된 적 있다. 아주 건강하던 사람이 사흘 만에 전신이 마비되었고, 담당 의사로부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병을 이겨 내야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살면서 이때처럼 아내를 살려 달라고 절실하게 기도한 적이 없었다. 기도 덕분에 아내는 일주일 만에 놀랍게도 소생하였고 후유증도 겪지 않았다.

 

이런 극단적인 경험은 아니어도 우리는 자주 비슷한 한계상황에 빠질 때가 많다. 이와 같은 때에 의지할 수 있는 큰 대상이 있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고 구원 아닌가? 더구나 그분이 나를 눈동자같이 지키시고 날개 그늘 아래 보호하시는 분이라면….

 

“나를 눈동자 같이 지키시고 주의 날개 그늘 아래 감추사 나를 압제하는 악인과 나를 에워싼 극한 원수에게서 벗어나게 하소서”(시17:8~9).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0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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