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화를 다스려야 한다

등록날짜 [ 2015-03-10 15:34:54 ]

분노조절 장애가 심해지면 사회적 관계에서도 배척

충동적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스스로 조절해야

 

 

오랜 옛날부터 폭력은 늘 있었지만 최근 들어 치미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여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이른바 ‘분노조절 장애’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주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형 부부와 다투던 70대 노인이 엽총을 발사해 형 부부와 이를 말리던 경찰을 죽이고, 본인도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형제간에 오랜 불화가 있었고 당일에도 돈 문제로 싸웠다고 한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도 아닌 노인이 말다툼 중 친형을 향해 총을 쏘고 본인도 목숨을 쉽게 끊은 일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여자 친구와 모텔에서 술을 마시다 다툰 남자가 불을 질러 투숙객이 죽고 적잖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고, 모 연예인은 방송 촬영 중 동료에게 입에 담지 못한 욕을 하면서 화를 내 하차하기도 했다.

 

지난번 모 항공사 임원의 승무원 폭행도 순간적으로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정신의학자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바로 터뜨리는 현상을 ‘충동조절 장애’ 혹은 ‘분노조절 장애’라 부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분노조절 장애와 유사한 충동조절 장애를 앓는 환자 수가 한 해 1만 3000~1만 4000명에 이른다. 특히 이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3명 중 2명은 10~30대 젊은 층으로 조사돼 예사 문제가 아니다. 이러다가 장차 길에서 사소한 일로 말다툼이 일어나면 부지불식간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분노라는 감정은 불의한 상황에 처하거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이길 폭발적 힘의 원천이기도 해 플라톤은 화 자체를 그렇게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구약성경에도 많은 선지자, 심지어 하나님이 불의를 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분노를 발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며, 이런 분노는 정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인이 합당한 분노나 절제된 표출이 아니라, 마치 짐승처럼 변해 화 자체를 주체하지 못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면 이것은 병적 장애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분노조절 장애가 심해지면 성격 장애나 인격 장애가 고착될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배척을 받거나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분노조절 장애가 벌어지는 여러 사회적 원인에는 사회적 불평등이나 부당한 대우, 폭력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타인이나 사회를 향해 분노를 곧바로 발산하는 작태는 정당화할 수 없다. 화를 낸다고 분노와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다. 또 화는 내면 낼수록 더욱 커지고 나중에는 화부터 내는 것이 습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분노가 발생하면 대략 20분 정도 지속되지만 일단 정점에 이르렀다가 차차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화가 날 때 20분 정도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화가 치밀면 지금 화를 낼 만한 상황인지, 화를 낸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하는지 감안해서 행동해야 한다. 성도라면 이 순간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면 소리 내어 울거나 글로 감정을 기술하는 것도 화를 다스릴 방법이다.

 

분노는 성격 탓이 아니다. 화가 우리를 삼키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참을성 없이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리고 억제하려는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화는 자신을 죽이는 검이다. 분노에 차서 행동한다면 아무리 목적이 옳고 명분이 있어도 결국은 과잉 행동을 하고 사리분별력을 잃어버려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분노가 미련한 자를 죽인다”고 성경은 경고한다(욥5:2).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2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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