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거짓말은 마귀에게 속한 것

등록날짜 [ 2015-05-05 22:58:37 ]

도덕관념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워

거짓말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살다 보면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빈말을 할 때가 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 반갑긴 하지만 특별히 다시 볼 일이 없는 지인을 만났을 때 건네는 “다음에 점심 한번 합시다”라는 말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 말은 물론 100% 거짓은 아니지만, 예의상 하는 경우가 많다. 진짜 점심을 해야 할 생각이면 그 자리에서 약속을 정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종종 경험하면서 실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필자는 꼭 점심을 할 사람이 아니면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지키지 않을 말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거짓말은 남에게 직접 손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지키지도 못할 말을 남발하다 보면 나중에는 상대의 말을 으레 빈말처럼 생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말도 엄밀하게 따지면 거짓말이고 또 다른 거짓말의 원천이 된다.

 

우리나라 한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20~40대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보았더니 평균 하루 세 번 정도는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약속시간에 늦어지면 차가 막혔다고 변명하고, 보험에 가입하라는 친구 전화에 급한 회의가 있다고 둘러대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아내에게 회식이 있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란다.

 

모든 거짓말이 다 나쁜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때가 있기는 하다. 때로는 화합을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칭찬해야 할 때도 있고, 누군가를 지켜 주거나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을 끌거나 혼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어적이고, 좋은 의도에서 하는 거짓말도 자주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나중에는 아무 거리낌도 느낄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거짓말이 반복되다 보면 이익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거짓말을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사회는 불신 풍조가 일반화해서 결국 구성원 전체가 반목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 위치가 높거나 중요한 책임을 진 사람들이 실수를 은폐하거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사회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공동체가 붕괴할 수 있다.

 

한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구수가 훨씬 많은 일본보다 공갈이나 사기 범죄를 일으키는 사례가 연간 1만 5000건 정도 많다고 한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에 거짓말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이미 자리를 잡은 것이다.

 

<세월호> 같은 큰 사건이 발생해 사회가 수습 노력을 해도 국민이 정부 발표를 믿으려 들지 않거나 자꾸 음모론이 퍼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거짓말이 만들어 낸 불신 풍조 때문이다. 사건이나 사고가 벌어지면 솔직히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면 되는데 임기응변식으로 위기를 넘기려고 하다 보니 자꾸 거짓말을 반복하게 되고 그것이 더욱 커진다.

 

심심해서 늑대가 온다고 여러 번 거짓말하다 보니 나중에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오지 않아 물려 죽었다는 줄거리의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의 폐해를 경계하는 이솝 우화다.

 

개인들 간에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덕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공인들의 거짓말이나 은폐 시도는 반드시 일벌백계로 다스려 절대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도덕관념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편의와 이익을 위해 거짓말에 쉽게 의존하는 태도를 사회 전체가 경계해야 한다. 거짓말은 눈감아 줘도 되는 가벼운 행동이 아니라 마귀에게 속한 것이다(요일3:8).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3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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