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

등록날짜 [ 2015-08-05 00:43:32 ]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무책임을 관용이라 착각해선 안 돼

메르스 사태는 종결됐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끊어야

 

근 70일이나 지속되면서 온 나라를 어수선하게 하고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종결되었다고 정부가 7월 29일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총리 발표를 통해 최근 23일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15개 메르스 관리병원의 지정을 해제하고 메르스 사태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기승을 부리던 전염병이 한풀 꺾이며 일상을 회복하던 중에 들은 정부의 공식 발표는 이제 드디어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준다. 필자도 이번 주에 처음으로 건대병원을 통과해 학교로 출근하면서 병원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모습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 무척 기분이 좋았고, 안심도 되었다.

 

메르스가 물러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항상 느끼듯 이런 큰 문제를 마무리하면서 엄중한 사과 한마디 없이 서둘러 종결을 선언하는 당국 모습은 참 미덥지 못하다. 메르스 사태를 보면 불가항력적인 요소도 분명 있었지만 최초 감염자를 확인한 후 안일하게 위험성을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와 대책을 적절히 취하지 못한 실책이 감염 확산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대형사고의 뒤처리가 늘 비슷했다. 사건이 벌어지면 호들갑을 떨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동분서주하다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손을 놓아 버리는 모습 말이다. 어찌 보면 우리 국민 자체가 뭔가 요란하게 시작하다가 흐지부지 끝을 흐리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지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실수하거나 잘못을 범했을 때 철저하게 책임을 지기보다 자숙하는 척만 하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태연히 원대 복귀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볼 수 있다. 스캔들을 일으킨 연예인들이 시간이 지나 슬그머니 활동을 시작하는 일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큰 사고를 저지른 기업이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도 그런 예다. 그렇다 보니 대형 사고가 판박이처럼 반복되는 경우도 많고, 무책임을 관용처럼 혼동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대충주의가 뿌리를 내린다.

 

필자가 공부하던 프랑스의 속담 중에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뭐든지 마무리가 시작보다 중요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정반대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는 우리 속담이다. 그런데 원래 우리는 유럽보다 더 철저했다. 평판을 중시해서 뭐든 끝까지 책임지려는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왕과 대신들의 사소한 행적까지 기록에 남기며 후대에 경계하고자 했던 조선의 실록이나 대형 토목 공사 주춧돌에 책임자와 인부들 이름까지 남겨 부실공사를 예방했던 선조들의 전통을 보면 얼마나 우리가 시작과 끝을 분명히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전대의 전통을 확 바꾸기보다 점진적으로 계승하면서 보완하는 온고지신 문화가 우리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이윤만 되면 뭐든지 용납하는 물질만능주의와 빠른 유행만을 강조하는 소비풍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뭐든지 꾸준히 지속하기보다 수시로 바꾸고, 뒷마무리도 책임지지 않는 일회성 풍토가 대세가 되었다. 또 본인이 자리에서 내려오면 사업의 계승이나 연속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단절적 사업방식이 계속 반복된다.

 

메르스 사태는 종결되었지만 지금처럼 자연재해에 인재가 더해져 피해가 커지는 사태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또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기초만 쌓고 완성하지 못하면 모든 사람이 비웃는다고 성경은 경계한다.

 

“그렇게 아니하여 그 기초만 쌓고 능히 이루지 못하면 보는 자가 다 비웃어”(눅14:29).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4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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