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김정은 정권과 내년 7차 당대회 전망

등록날짜 [ 2015-11-17 20:29:19 ]

36년 만에 열릴 예정, 하지만 언제든 취소할 수 있어

파행 운영으로 대내외 성과가 그만큼 없었다는 증거
 

 

내년 5월 북한 노동당이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한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조선노동당 7차 대회를 2016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에 당대회를 여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 연구자들에게 또 북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7차 당대회 개최 여부와 시기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당은 혁명의 참모부이자 권력의 핵으로 노동당 대회는 정치와 경제, 대외관계에서 성과를 정리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1946년 8월 1차 당대회를 시작으로 1980년 10월까지 여섯 차례 당대회를 개최해 김일성의 주체사상 같은 당 이념은 물론이고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사회주의 건설 10대 전망 목표 등을 제시했다. 특히 6차 당대회에서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당의 유일한 지도이념으로 명문화하고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당의 최종 목표로 내걸었다.

 

노동당 규약은 당대회를 4년마다 개최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2년, 7년 혹은 10년 등 불규칙적으로 당대회를 열어 왔다. 북한이 30년 넘게 7차 당대회를 열지 못했다는 것은 북한 체제가 그만큼 비정상적으로 파행 운영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북한 후계자의 등장과 추대 같은 중요한 일들을 당대회가 아닌 임시적 성격을 띠는 당 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해 왔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7차 당대회를 열려고 몇 차례 준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김일성은 1983년 ‘페루아메리카인민혁명동맹대표단’과 벌인 회담에서 1986년에 7차 당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고 김정일도 1984년 2월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협의회에서 7차 당대회 개최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계획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7차 당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또 2000년에도 김정일은 남북 정상회담 기간에 김대중 대통령이 당대회 개최 시기에 관해 묻자 “가을쯤 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가 “정세가 급변해 다시 준비하게 됐다”고 대답한 바 있다. 당시는 조선노동당 창건 55돌이 되는 해였다. 이후 김정일의 조선노동당 총비서 추대 10주년인 2007년 10월과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선포한 2012년이 7차 당대회를 여는 해로 꼽혔지만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무산됐다.

 

당 창건 70주년인 올해도 지난달 7차 당대회 개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열리지 못했다. 19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권 몰락과 1990년 초 구 소련 붕괴, 이어진 고난의 행군과 핵과 경제 위기 등이 당대회 개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7차 당대회 개최를 전격 결정한 것은 북한 붕괴론과 흡수통일론에 맞서 북한 체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노동당 중심으로 정상화되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내년 김정은 체제 출범 5주년을 맞아 체제 안정을 과시함과 동시에 지도력을 대내외에 천명할 것도 예상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유일영도체계 확립이 선포되고 세대교체를 단행해 동생 김여정을 비롯한 젊은 엘리트들이 권력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인민들의 궁핍한 삶과 경제난 타개, 북핵 문제와 북미관계, 남북관계 개선 부분에서 성과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정책으로까지 명문화했다. 내년 5월까지는 5개월 남짓 남았다. 북한이 이 기간에 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조건을 어느 정도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교회 신문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5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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